해마다 논공행상 후 반복되는 살풍경…떠나는 ‘별’들에게 배려 아쉬워

“정든 회사를 떠납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연말 인사철이 지나면 연례행사처럼 수차례 받게 되는 문자 메세지다.

최근 만난 A그룹 한 임원은 “작년에는 살아남았지만 올해는 짐작도 할 수 없다. 언제 그만두라고 할지 몰라 솔직히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기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적에 따른 경질과 승진 등 논공행상(論功行賞)은 해마다 반복된다. 하지만 불황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은 기업의 ‘별​인 임원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오죽하면 “승진은 바라지도 않는다. 부장으로 정년까지 가고 싶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올해도 재계엔 여지없이 삭풍(朔風)이 분다. 주요 대그룹들이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위한 성과 평가에 돌입했다.

기업들이 경기불황을 극복하려는 자구책으로 대대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분위기는 사뭇 흉흉하기만 하다.

특히 올해는 '젊은 총수' 체제로 탈바꿈하며 체질 개선을 예고하고 있거나, 총수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그룹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변화의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실제 모 그룹의 경우 지난해 실제로 승진한 임원보다 그만둔 임원이 더 많기도 했다. 세대교체를 위한 변화이든, 실적 부진의 책임이든 쇄신을 위한 칼바람은 오롯이 상무·전무 등 임원들에게 불어닥친다.

과정은 더 삭막하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해임 사실을 통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심지어는 발표 당일 출근한 임원에게 불과 몇 십분 전 알리는 경우도 있다.

“조금 더 일찍 알려줬으면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경황도 없고 겸연쩍기도 해서 짐도 못 챙기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네.​ 지난해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한 임원의 해임 소식에 부랴부랴 전화로 나눈 통화 내용이다.

 

한 때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인재들이다. 아직도 조직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더 적합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탓에 아쉬움을 삼키고 회사를 위해 물러나는 사람들이다.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차분히 주위를 정리할 시간 정도는 줘야 그동안의 노고에 걸맞은 대접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새삼 오늘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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