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검찰 "내국인 18명 체포해 수사 중"…트럼프 '제재 가능성' 첫 언급

실종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으며 지금까지 용의자로 지목되는 자국인 18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와 뉴욕타임스 등이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은 사건 당일 총영사관 안에서 카슈끄지가 만난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카슈끄지는 워싱턴포스트(WP) 등 국내외 매체에 사우디 정권과 왕실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왔다. 그러다 결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이달 2일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행방불명됐다. 이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개입한 암살설이 제기되면서 서방 등 각국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터키 언론은 자국 경찰의 조사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고문을 받다 끔찍하게 살해됐으며 배후에 사우디 정부 고위 인사와 빈살만 왕세자의 측근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번 발표는 카슈끄지 실종과는 전혀 무관하다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파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카슈끄지 실종과 관련 있다는 주장에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부인해왔다. 이 같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왕실 보좌관과 정보기관 고위 관료 등 측근 2명을 경질했다.


미국 공화당의 강경파 의원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발표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레이엄은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주장해왔다.

사우디 정부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의 발표 몇 시간 전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APT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에 대한 제재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의회와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열린 자말 카슈끄지 사건 진상 촉구 집회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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