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마케팅’ 관점에서 본 2018 국감…‘자극적 소재’보다는 ‘국민 공감’ 먼저

노이즈(noise) 마케팅: 자신의 상품을 의도적으로 구설에 오르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마케팅 전략 (출처 : 다음사전) 


특정 상품이나 사안과 관련한 ‘소음’을 유발토록해 판매를 늘리거나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 정도쯤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누구나 알법한 경제 용어를 머리말로 삼았지만, 필자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경제가 아니다. 생뚱맞게 느껴짐직도 하지만 정치의 이야기다. 


2018 국정감사가 지난 10일 국회 14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일제히 시작됐다. 운영위와 여성가족위, 정보위 등 겸직 상임위 국감(10월30일~11월7일)을 제외한다면, 이번 국감은 오는 29일까지 모두 20일 간 진행된다. 피감기관은 부처와 산하 기관 등 753개에 이른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5개월가량 흘러 여·야 대치 구도가 확실히 정립된 시점에 열렸다. 그래서 일찌감치 눈길을 더 끌었다. ‘현 정부 실책’을 거론하기는 애매했던 지난해 국감과 달리, 공수(攻守)를 벼르는 여·야 의원들의 집중도는 높았고, 이를 지켜보는 기대도 남달랐다. 


국감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지만, 국회의원으로서는 대중 인지도를 높이면서도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기회이기도 하다. 감사에 나서는 의원과 보좌진이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노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국감 첫날 단연 주목을 끈 감사위원은 김진태 의원이었다. 

 

하지만 정작 김 의원이 이목을 끈 것은 질의내용이 아니었다. 지난 9월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후 사살된 퓨마를 대신해 국감장에 끌려 나온 벵갈 고양이였다. 이후 일부 동물단체는 동물학대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불안한 표정을 한 채 우리에 갇힌 고양이를 보는 국민 뇌리에서 정작 국감 의미는 퇴색했다. ​ 이외에도 정부 정책 실책이 ‘어처구니’ 없다는 의미로 등장한 맷돌, 사투리 못 알아듣는 인공지능(AI) 로봇도 이색적인 장면으로 회자됐다. 

  

국감장에 등장한 소품만 눈길을 끌게 한 것은 아니다.  ‘파격적인’ 장면은 17일 서울시 국감에서도 연출됐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시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몸싸움이 일었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국감은 파행을 겪었고, 볼썽사나운 고성만 메아리로 남았다.


앞서 말했듯 국감은 임기 5년 동안 4차례 정도만 주어진 ‘의원 PR’의 기회다. 최대한 눈길을 끌만한 소품을 끌고 나오고, 증인을 부르고, 그리고 피감기관이 뼈아파할 만한 지적 현안을 찾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날리고, 그것이 미디어를 타면 주목도도 높일 수 있다. 언론 노출 정도가 많으면 ‘국감 우수 의원’이라는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다. 쉽게 노이즈 마케팅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자극적 화두나 소재를 던지고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모두 잘못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 18세기 중반 프랑스 정치문화 격변을 빗대 ‘논쟁의 정치’(a politics of contestation)라는 말이 있듯, 논쟁과 논란은 정치의 자양분이다. 그리고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파문이 이미 예견된 ‘비리 유치원 실태’를 폭로한 박용진 의원은 이런 점에서 좋은 논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일순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자극적 노이즈 마케팅에 그치는 국감 마케팅은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 가뜩이나 희화화되는 한국 정치의 위상을 더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알맹이보다는 보여주기만 집중하는 국감으로, 정치인이 ‘반짝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치권 전반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에 불과하다. 


기대가 컸던 국감이 불과 열흘 남짓 남았다.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가 남는, 국민 정서에 맞는 국감 마케팅을 보여줄 시간도 별로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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