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허락 없이 카페 내 버젓이 DVD 틀어줘 …‘당사자 해결’ 강조하는 당국에 영화업계 ‘냉가슴’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 작은 영화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씨(26)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커피를 마시러 간 카페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는데, 상영 중인 영화가 본인 회사에서 제작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저작권 이용허락은 받고 상영하는 것이냐”고 따졌지만, 아르바이트생은 잘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카페 내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저작권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이 일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저작권이용허락 없이 단순 DVD・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상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영화제작사가 정부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19일 기자가 직접 찾은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벽면에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커피를 주문한 손님에 한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또 다른 카페에선 영화 감상을 원하는 손님에게 ‘영화 목록’을 제공하고, 손님이 영화를 선택하면 해당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선 추가비용이 발생하는데, 보지 않을 때보다 두 배가량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한다.

문제는 저작권이용허락 없이 카페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해당 카페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하는 DVD를 이용해 영화를 튼다”고 말했다. 저작권이용 허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엔 “영업 내용이라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아꼈다.

하지만 해당 카페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투자 배급한 ‘뉴(NEW)’는 해당 카페와 저작권이용을 논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뉴(NEW)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상영에 대해 사전협의 및 동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저작권이용 허락이 없다면 영화 상영의 유・무료 여부와 상관없이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8월 23일 저작권법 시행령이 개정돼 커피전문점 등에서의 공연(영상・음악)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정진근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이후 음악과 영상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무료로 상영해도 이는 공연권 침해로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법무법인 승전 변호사도 “올해 8월 23일 저작권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 1항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 등에서 상영하는 공연(영상・음악)은 대통령령에 따라 저작권 법 위반으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작사 측은 카페 내 영화 상영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불만을 제기했지만 직접 해결해야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조치를 취해달라 말했지만 개별적으로 해결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법 개정 이후 카페 내 영화 상영이 저작권법 위반인 점은 틀림없지만, 저작권 소유자들이 카페에 개별적으로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유・무료 상관없이 저작권이용 허락이 없다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음악의 경우 저작권협회를 통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반면 영화는 저작권협회가 없어 문체부가 돕기는 어렵다. (저작권)권리자들이 카페에 개별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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