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경영 의지 보이고 싼 값에 지분 늘리는 일거 양득 효과 노려

국내 증시가 이달들어 크게 내린 가운데 일부 최대주주와 최대주주일가들이 자사 주식 쇼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부양 시키겠다는 책임 경영 의지를 내보이면서 싼 값에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최대주주인 유안타증권아시아파이낸셜서비스(Yuanta Securities Asia Financial Services Limited)가 보통주 3만7359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18일 공시했다. 유안타증권 최대주주는 앞선 17일과 16일에도 보통주를 각각 6만4766주, 9만주를 매입했다. 유안타증권아시아파이낸셜서비스가 유안타증권 지분을 늘린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 최대주주도 주식 매입에 열을 올렸다. 대신증권 최대주주인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은 이달 17일 장중 보통주 3만주를 매수했다. 양 사장은 앞선 이달 15일에도 보통주 4만5500만주를 사들였다. 이로인해 지분율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기준으로 7.18%에서 7.33%로 증가했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들도 주가 매수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었다. LS그룹의 총수일가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은 이달 12일, 15일, 17일 3일간 LS 보통주 2만2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철강제조사 한일철강의 엄정헌 대표 친인척인 엄신영 부사장, 엄채윤 전무도 최근 국내 증시가 크게 내리자 한일철강 보통주를 각각 946주, 500주 사들였다.

이밖에 다수의 상장사들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주가 하락을 틈타 자사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강관 제조업체인 휴스틸 최대주주 친인척인 강금자 씨는 휴스틸 보통주 2782를 지난 15일 장내 매수했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 메디톡스의 창업자인 정현호 대표는 지난 11일 메디톡스 보통주 205주를 주당 53만5055원에 장내 매수했다. 한국자산신탁, 예스티, SG, 엠씨넥스, SGA, 케이탑리츠, 대원전선, 미원에스씨, 남성, 다우기술 등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도 이달 주가가 하락하자 자사 주식 매수에 나섰다.

이처럼 최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자사 주식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우선적으로는 주가를 부양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회사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해당 주식을 매입할 때는 이들이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가가 회사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는 상관없이 시장 상황만으로 급격하게 내리는 경우에 최대주주의 자사 주식 매수는 주가 방어 수단이 된다.

더불어 싼 값에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최대주주의 지갑을 여는 요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완만하게 움직이거나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지분을 높이기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주가가 내린 틈을 이용하면 경영권을 강화하고 승계 구도를 갖추는 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최근 이들의 장내 매수가 많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10월들어 급락하자 일부 상장사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들이 자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래프는 10월들어서 큰 폭으로 하락한 코스피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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