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강화할수록 中, 제재 완화 움직임…“2차 북미정상회담 후 적극적 대응할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對中)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북한의 태도에 따라 안보리 제재 결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 압박을 강화할수록 중국은 미국 편에 서서 대북 압박을 지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15일 관세부과 물품 목록을 발표하고 7월6일과 8월23일 두 차례로 나눠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해당 시점에 맞춰 똑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 보복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재보복으로 지난달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를 부과했고, 내년 1월 25% 세율의 관세를 추가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는 18일(현지시간) 정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아시아 담당인 스캇 시먼의 발언을 인용해 “그동안 중국은 무역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했지만 이 같은 동기가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은 조만간 대북제재를 하나씩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먼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다발적으로 압박하면서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제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단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놓고 서로 이견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안보리 제재 결의를 수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러시아는 핵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에 대해선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중국 언론매체 환구시보 또한 18일(현지시간) 중국 한반도 전문가인 자오리신(趙立新·중국 연변대학 정치과학) 학장의 발언을 인용해 “향후 더 많은 국가들이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끝나지 않는 게임을 벌이기를 원치 않는다면 대북정책을 지역적 역학관계(regional dynamics)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대북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북제재 완화는 러시아, 중국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지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측과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중국은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경제 교류 협력 등을 활발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 

중국과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허용하면, 결국 중국에게 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대북제재 완화에 신중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대북제재 완화에 숨 고르기를 미국이 해야하는 이유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확인되면 대북제재를 완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비핵화는 북미 간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북한을 대상으로 비핵화 압박을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북한과 대북제재 완화 등 공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두 국가가 북미 간 논의과정에 참여할 공간이 생길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다자간 외교로 가는듯하다.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면서 동시에 대북제재도 단계적으로 완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이어 “중국이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놓고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2차 북미회담 논의 결과에 따라 미국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또 지금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부분에서 갈등을 빚고 있고, 재협상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 편에서 벗어나 대북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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