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 조달에 부담 느낄 것 VS 남북관계 개선·GTX 호재로 경쟁 치열해 질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파주운정신도시 공동주택용지를 후분양제 조건으로 공급하겠다고 나서면서 후분양제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건설경기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의 후분양 참여를 유도하기란 쉽지 않아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후분양을 시행하는 민간 건설사에 경기도 파주운정신도시공동주택용지 1필지(A13블록)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후분양제도란 건설 공정이 전체의 60% 이상 진행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이번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는 8만8622㎡로 총 1778가구를 지을 수 있다. 공급가격은 1745억원이며 추첨방식으로 공급된다. 

LH 관계자는 파주운정신도시의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도시지원시설용지 등이 올해 봄에 완판된 바 있으며 장기간 미매각 상태였던 주상복합용지도 매각돼 전망이 매우 밝다고 전했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사업자가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민간 건설사의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공사대금 대부분을 분양자로부터 미리 받아 그 돈으로 공사비를 조달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완공할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을 수 없어 건설사가 자금 마련에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후분양제 사업 참여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예산 감축, 국제유가 하락, 주택시장 규제 등의 영향으로 최근 건설경기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자금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9월 기준 67.9로 전달(67.3)보다 0.6p 상승하는데 그쳤다.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 9월은 지수가 전월 대비 3~9 포인트 가량 상승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상승폭이 작아 건설경기가 4년여 만에 가장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업계는 풀이했다.

아울러 후분양제는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참여정부 당시 시도됐지만 무산된 적 있다. 참여정부는 후분양제를 2007년 공공부문부터 의무화할 계획이었지만 시장의 반발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에 좌절됐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계획은 중단됐다.

정부가 최근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후분양대출보증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선분양보증 실적은 총 4313건으로 317조404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후분양보증 실적은 총 14건으로 553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및 광역급행철도(GTX) 등의 호재를 볼 때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 일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는 GTX-A 노선이 운정 신도시를 기점으로 삼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아울러 현재 수도권과 가까운 신규 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건설사들 간의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파주지역은 남북관계 개선과 GTX 호재가 맞물리면서 올해 상반기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파주시는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땅값이 올라 상반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인 5.60%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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