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국 지방고용청 대상…“영화계 공짜 야근 관행 만연해”

김영미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왼쪽부터), 황종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 나영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정형우 중부지방노동청장, 권혁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9일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 지방고용노동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했다. 여야는 이날 오전 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불거진 고용세습 문제와 영화제 스태프, 골프장 캐디 등의 열악한 노동 조건 문제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전국에서 열린 영화제의 스태프 근로계약 292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열악한 근로자들의 노동 실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영화제 스태프들 평균 연력은 28.1세다. 평균 경력기간 2년동안 4.4개월 단위로 3개의 영화제를 전전하고 있었다”며 “제보자 34명이 경력기간 영화제에서 맺은 근로계약 97건 중 87.6%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인 7.5개월에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영화제 스태프들은 잦은 실업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고용기간이 짧아 실업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어 “영화제에는 ‘공짜 야근’ 관행이 만연해 있다. 영화제 개최 전 한달 간 하루평균 노동시간은 13.5시간이었는데 이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 외 수당을 전부 또는 일부 지급받지 못했다는 제보는 30건이나 달한다”며 “특히 지난 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시간 열흘동안 시간 외 근로에서 발생한 기본급과 시간 외 수당 체불임금 추산액은 1억2400만원 이었다. 제일 큰 규모의 영화제가 이 정도라면 다른 영화제는 안 봐도 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최저임금 위반, 연장수당 미지급 등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황종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 직무대리는 “어제부터 파악해서 조사하고 있다. 조사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임이자 의원(자유한국당)은 골프장 캐디노동자들이 쓴 자필진술서를 공개하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희롱·성추행 실태를 지적했다.

임 의원은 “대한민국 골프장에서 계속 (성추행·성희롱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만 캐디들에게는 보호망이 없다”며 “가해자가 고객이다 보니 고객을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다. 캐디의 근로자성이 문제가 되는데 어떤 분들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만 어떤 분은 특수형태 근로노동자이다 보니 근로감독을 하기도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정형우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은 “지난 10일 현장 방문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을 구두로 확인했고 오늘부터 22일까지 익명 실태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나오는 내용을 보고 분석한 다음 전국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 본부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환노위 국감에서는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불거진 고용세습 문제는 고용노동부 산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제대로 근로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장우 의원(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귀족노조의 횡포와 현 정부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만2000명, 한국노총 조합원 2500명이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대표적 상징”이라며 “노조원들이 사전에 계약직이든 무기계약직이든 정규직화한다는 얘기를 듣고 친인척들 대거 무기계약직에 들여다놓고 정규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은 귀족노조의 권력형 비리 채용이고, 박원순 시장은 적극적으로 협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 입사한 많은 서울교통공사 직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한 모든 청년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힌 사건”이라며 “서울교통공사는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한국노총 노조원들에게 폭행, 협박, 활동 방해 등을 행하고, 근무 중 노조원들은 상습적으로 음주하고 노조 지회장 다수는 근무도 안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알면서 근로감독을 제대로 안하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책임 방기”라며 “전국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고용세습한 분들이 결국 청년들 일자리를 뺏을 셈이다”고 말했다.

나영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전환 과정에서 물의가 있어 관할 청장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환과정에서 기존 근로자뿐만 아니라 외부의 청년 등 구직자까지 피해가 없도록 공정히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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