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협회 “카풀은 여객법 어긴 불법영업행위”…시민 반응은 ‘출근 불편 vs 도로 쾌적’ 갈려

18일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김희진 인턴기자

승차 공유 서비스에 불만을 표했던 전국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택시종사자들을 위협하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면서 업계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8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로 꾸려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지난 16일 ‘카카오T 카풀’ 기사용 앱을 출시, 드라이버 모집에 나섰다. 카카오T 카풀은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이용자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다. 택시협회는 즉시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총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 회장은 “법망을 피해서 자가용 승용차도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IT업체가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게 어떻게 4차 산업인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벼룩의 간을 내먹으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카풀은 여객법에서 규정한 순수한 카풀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불법영업행위”라며 “공유경제 운운하며 법률의 틈바구니를 파고 들어 마치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하여 자가용의 택시영업을 자행하는 불법 카풀앱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시작 전 행사에서는 삭발식이 진행되는 등 강경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화문 북측 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택시종사자들로 가득찼고 경찰은 광장 주변 4개 차로를 차단해 추가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6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23년 동안 택시업에 종사한 신채식 씨는 “남의 밥그릇 맨날 뺏는 게 4차 산업 혁명이냐”며 “카카오는 지금껏 택시업계뿐 아니라 다른 사업에서도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다. 택시 업계의 처우가 열악한 상황에서 카카오가 카풀 사업을 하겠다는 건 또 다시 남의 밥그릇 뺏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화문 북측 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택시종사자들로 가득 찼고 경찰은 광장 주변 4개 차로를 차단해 추가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사진=김희진 인턴기자

◇ “출근 불편해요”vs“교통체증 줄어 좋아요”… 시민 반응은 가지각색

한편 이날 오전 4시부터 진행된 서울·수도권 택시 파업에 대해선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택시 파업으로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빚어졌지만 택시 통행량 감소로 교통체증이 줄어 파업을 반기는 반응도 나타났다.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에서 거주하는 A씨는 아침부터 택시가 잡히지 않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A씨는 “평소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를 타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오질 않는다”며 “택시 운행 빈도가 평소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도 사정은 비슷했다. 18일 오전 8시 30분 경 서울 종로 2가에 위치한 택시 승차장에는 30분 내내 정차하는 택시 없이 한산했다. 몇몇 시민들이 승차장에서 차를 기다렸지만 택시가 오질 않자 이내 자리를 떠야했다. 충정로 방향으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 B씨는 "평소에는 곧바로 도착하던 택시가 오늘은 한 대도 안 보인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실제 기자가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카카오 택시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잡아보려 했지만 ‘호출 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1000원을 추가 지불하고 배차 성공률 높은 기사에게 요청이 전송되는 ‘스마트호출’을 이용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평소 출퇴근 시간이면 3분 만에 택시가 쉽게 잡히던 지역임에도 택시 파업의 여파로 승차가 어려웠다

택시 파업으로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한편 택시 통행량이 줄자 “도로가 쾌적해서 좋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강남에서 사당으로 출근한다는 시민 B씨는 “길이 안 막혀서 평소보다 훨씬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며 “퇴근길도 기대가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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