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카드사·간편결제 업체, 시장 선점 위해 각축…신용카드 넘어설 혜택 필요해

이미지=셔터스톡
최근 QR코드를 이용한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존 간편결제 업체들에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신용카드사들까지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신용카드보급률이 높은 상황에서 QR코드 결제 방식이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QR코드(Quick Response Code)결제 방식이란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의 QR코드를 찍어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CPM’과 ‘MPM’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다. CPM 방식은 소비자 스마트폰에 생성한 QR코드를 가맹점에서 스캔하는 방식이다. 이와 반대로 MPM 방식은 소비자가 가맹점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지만 중국을 비롯해 인도, 동남아 등지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거지 마저 QR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QR코드 거래가 활성화 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모바일을 통한 결제 거래규모는 15조4000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비자·마스터카드 두 곳의 전 세계 거래금액을 합한 12조5000억달러를 추월한 수치다.

◆QR코드 결제 선점 경쟁 치열

이러한 상황속에서 최근 한국도 QR코드 결제 시장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BC카드는 지난 1일 국내 카드사 최초로 국제결제표준규격에 맞춘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BC카드 고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페이북)에서 ‘QR결제’ 메뉴를 선택한 뒤 가맹점의 QR 인식기에 스마트폰 화면을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GS25편의점과 두타몰, 노량진수산시장 등 1만4000여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향후 300만여개의 전국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C카드의 뒤를 이어 다른 카드사도 QR코드 기반 결제서비스를 서두르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롯데 등 3개 카드사는 연내 QR코드 전용 결제 서비스 도입 작업을 추진 중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중국 유니온페이와 손잡고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QR코드 결제 서비스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 역시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BC카드와 함께 세 카드사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QR코드 결제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QR코드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QR코드를 이용한 ‘제로페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제로페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며 도입하기로 한 정책이다. 카드망을 거치지 않고 QR코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는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도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직불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최근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한 ‘포스트페이(Post Pay)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2014년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QR코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11만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올해 2분기에만 4조원이 거래됐다. 지난 9월 기준 연간 목표치였던 월간 거래액이 2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QR코드, 신용카드 넘어설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 카드사 등이 QR코드 결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 결제 수단인 신용카드를 넘어서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QR코드 결제가 널리 쓰이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경우 사실상 신용카드 보급을 건너뛰고 바로 QR코드 결제가 도입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은 신용카드보급률이 상당히 높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80.2%의 한국인이 신용카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크카드를 보유한 사람은 66.0%였다.

QR코드 결제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보통 이뤄진다. 스마트폰을 키고 QR코드를 읽히는 시간이나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서 긁는 시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QR코드 방식의 경우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직장인 김수정(28·가명)씨는 “QR코드 방식과 신용카드 방식 둘 다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신용카드가 훨씬 편하다”며 “QR코드의 경우 QR코드 리더기가 없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QR코드 결제를 통해 얻는 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QR코드 결제 활성화를 위해선 단말기 보급과 파격적인 혜택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용관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수단 선택에 있어 기존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편익에 비해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만 QR코드 활용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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