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비전력 지역에서 식용유 램프로 빛 보급 사업 진행…“2020년 터닝포인트 될 것”

대학생들의 특권은 여행이라고 한다. 박제환 대표도 대학생 시절, 인도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조명 없이 어두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봤다. 전기가 닿지 않아 등유 램프에 의존해 사는 마을도 있었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학교 수업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밝은 빛을 내는 조명을 만들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제품을 시험하면서 사업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루미르는 2014년 말 세상을 밝혀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소셜벤처다. 개발도상국의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램프를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선진국에는 감성적인 디자인의 램프를, 개발도상국에는 식용유 램프를 판매 중이다. 올해 한독상공회의소 이노베이션어워드에서도 상을 받았다. 빛이 필요한 곳에 빛을 선물하고 싶다는 박제환 루미르 대표를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IT종합센터에서 만났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등유보다 저렴한 식용유로 만든 램프 '루미르K' 개발

 

박 대표는 창업 초기를 회상하며 느리게 궤도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창업가의 길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에 있어서 미숙한 부분이 있었단다. 매출이나 세급계산서, 직원 연차부터 시작해 경영 전반을 공부해야 했다. 특히나 개발도상국 사업이기 때문에 정보 접근성이 떨어졌다.

 

회사 운영은 늘 어렵다. 하지만 처음에 비해선 많이 나아진 것 같다. 3년 반 전보다 직원 수도 많아져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창업 초기 많은 경진대회에서 수상했는데.) 대회를 많이 나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았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당시엔 회사 경영보다는 대회 발표에 더 집중했던 면도 있었다.”

 

루미르가 개발한 램프는 다양하다. 외부 전원 없이 식용유의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상단의 LED를 밝히는 루미르K부터 선진국에 판매하는 루미르 C, S가 있다. 이 두 램프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만든 제품이다. 소셜벤처로서 사회적가치와 수익성을 공존시키기 위한 경영전략이다. 처음엔 하나의 제품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판매하려고 했지만, 요구하는 게 달라 사업 방향을 바꿨다.

 

“(개발도상국에 파는 조명은) 3단계로 바뀌었다. 처음엔 초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지역마다 쓰는 초가 달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후엔 등유로 만들어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섬에서 시험을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시내에선 잘 작동하던 램프가 시골에만 가면 먹통이었다. 시골에선 기름을 섞어서 만든 가짜 등유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고민했다. 그때 식용유가 생각났다. 인도네시아는 팜 오일이 많이 나는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날씨가 더워서 대부분 음식을 튀겨 먹는다. 모든 사람들이 품질 차이 없이 쉽게 가지고 있는 식용유를 이용해 작은 열로 전기가 켜지는 램프를 구상했다.”

 

현재 루미르K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빛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 2000명 정도가 식용유 램프를 사용 중이다. 박 대표는 사업 국가를 확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엔 비전력 가구가 많다. 하지만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수 없는 국가다. 국가적 특성이나 인구 등을 고려해 지금은 인도네시아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국제기구나 대학들과 협력해 다양한 국가에 전달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단다.

 

박제환 루미르 대표를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IT종합센터에서 만났다. / 사진=김률희PD


 

◇ "2020년엔 2세대 제품 나올 것… 경쟁력과 사회적 가치 잡는 것이 목표"

 

인도네시아 첫 진입은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도움을 받았다. 루미르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사무실과 인력을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식료품 대기업과 손잡고 판매 확장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박 대표도 분기에 한번 정도 인도네시아를 찾는다.

 

과거 250가구를 대상으로 1년 내내 베타테스트를 했다. 평가 항목이 20개가 넘었는데 (현지 분들에게)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밝기나 편리성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97%는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게 된 계기였다.”

 

박 대표는 루미르K를 넘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일종의 2세대 제품이다. 조그마한 불꽃으로 4~5개가 넘는 방을 밝히는 램프다. 1세대 제품인 루미르K20161월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됐다. 2세대 제품은 4년 뒤 2020년에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테스트에 들어간단다.

 

내년에는 일단 디자인 조명에 최대한 집중할 것이다. 홍콩박람회 등 여러 박람회에 나가 루미르의 디자인 조명을 알리려고 한다. 소셜벤처로서 식용유 램프를 부담없이 생산하기 위한 방안이다. 2019년엔 조명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2020년엔 2세대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다. 아마 2020년은 루미르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소셜벤처는 아직도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대해서 박 대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답했다. 소셜벤처도 경쟁력 있는 제품과 사회적 가치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박 대표는 보고 있다.

 

국내와 해외의 소셜벤처 관점이 다르다. 아시아 대표로 버클리대학교 발표를 했다. 그때도 소셜벤처 수익성 질문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왜 개발도상국에는 제품을 원가에 판매하냐, 그곳에서도 비즈니스를 해서 돈을 벌어야 너네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전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 국내 심사위원들은 선진국에서는 수익창출, 개도국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권했다. 정답은 없다. 여렵지만 소셜벤처도 사회적 가치에만 얽매이지 않고 제품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국내에서도) 많은 소셜벤처들이 생기고 있다. 분명 이 문제를 해결할 기업들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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