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명단 토스(toss)하고 ‘알아서 하라’고만 해” 주장…검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측이 부정합격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명단을 인사팀에 넘긴 것은 맞지만 뽑으라는 지시는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함 행장 측의 주장에 난색을 표하며, 향후 서증조사와 증인신문을 통해 범죄사실을 입증하겠다고 맞섰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는 17일 하 행장 등 3명의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위반 혐의 2차 공판기일을 열고 2시간가량 함 행장 측과 검찰의 ppt 설명을 들었다.

함 행장 측은 검찰이 2015~2016년 부정합격자로 지목한 9명의 명단이 함 행장을 통해 인사팀장과 인사부장에게 전달된 사실은 맞는다면서도 점수에 특혜를 주거나 당락을 바꾸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長추천’ 리스트를 건네며 ‘알아서하라’라고만 말했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서 “토스(toss, 가볍게 아무렇게나 던진다) 행위를 합격지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함 행장의 범행동기가 존재하지 않고, 회사 업무 특성상 사정(査正)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선별하고 있기 때문에 필기점수만을 기준으로 합격여부가 결정됐다는 검찰의 전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정(査正)이란 조사하여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로, 하나은행은 지원자가 입점해 있는 대학출신, 대학 전공, 해외대학, 다양한 언어. 대학별 이탈율, 스마트홍보대사 및 우수인턴 가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신입사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함 행장 측은 특히 하나은행이 국가 지분이 없는 사기업임을 강조하며 “민간기업의 인사채용은 국가관리 대상도 아니며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여성에게 불리한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남녀 비율을 4대1로 정했다는 남녀고용평등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하나은행 퇴직자 중 남성이 많아 이를 보충해야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남성이 많이 뽑힌 것이지 관련 법률을 어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밖에 함 행장이 면접관 누구의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불명확하고, 면접 이후에 이뤄진 인사부서의 사정(査正)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 법리적 의문점도 던졌다.

검찰은 함 행장 측의 주장에 “증인신문, 서증조사, 피고인신문 등이 모두 이뤄져야 답변이 가능한 내용이고 즉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난색을 표했다.

특히 함 행장이 ‘長추천’ 리스트를 인사부에 넘긴 이유에 대해 수사 초기 답을 하지 못했고, ‘청탁자들의 얼굴을 봐서 리스트를 toss했을 뿐’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꼬집었다. toss여부를 청탁자들은 알 수 없기 때문에 함 행장이 굳이 리스트를 전달하지 않아도 무방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검찰은 함 행장의 추천을 받은 인물들이 정성 평가인 면접 전형에서 혜택을 받아 합격한 사례, 함 행장이 인적성 검사 합격 여부를 미리 받아보고 커트라인 미달자가 합격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함 행장 측 사정(査正)조사 주장을 반박했다.

다만 검찰 ppt에서 구체적인 증거나 사례는 현출되지 않았다. 검찰은 추후 공판과정에서 서증조사와 증인신문 등을 통해 범죄사실을 입증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11월 2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진용 판사는 이날 양측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전·현직 하나은행 직원들의 증인신문 방법 등을 조율하기로 했다.

함 행장은 2015년~2016년 신입행원 공개채용 과정에 부당한 인사청탁을 받고 서류·합숙면접·임원면접에 개입, 9명을 채용해 하나은행과 면접관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함 행장은 또 2016년 신입행원 남녀비율을 4대1로 맞춰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킨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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