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최대주주로서 지분 행사 의견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 개입 소지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우리은행 지배구조 관여 의사를 내비치면서 민영화 약속을 깨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이에 손태승 은행장의 회장 겸직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금융사 회장의 권력 집중을 우려해왔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개입하겠다고 시사하면서 우리은행에선 금융당국이 어떤 방법으로 지배구조에 참여할지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등과 관련해 “(우리은행 지분) 18% 이상을 가진 정부로서 주식 가치를 올리는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지배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정부가 아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부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할지, 하게 되면 어떤 방법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며 사실상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에 관여하겠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 간섭 우려에 대해서는 미리 봉쇄했다. 그는 ”은행 경영에 대해 개입하기보다는 우리은행이 자율적으로 경영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말 기준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은 18.43%다. 예보는 2016년 8월 우리은행 보유지분 51.06% 중 30% 수준으로 투자자 입찰을 받아 매각한다는 방안에 따라 같은 해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7개 과점주주에게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했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작업이다. 이는 우리은행을 민간 중심의 은행으로 만들고 자율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확대돼야 기업가치가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과점주주를 세운 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에 나섰다. 지난 6월19일 이사회를 통해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에 의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주식이전계획서를 승인, 결의했다. 현재 금융위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식 이전 대상회사는 우리은행을 포함해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6개사다. 금융위 인가 후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모두 금융지주사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런 지주사 전환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배구조다. 이와 관련해선 우리은행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이사회에는 최 위원장의 말대로 예보가 우리은행 사내이사를 포함한 이사진 전원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선 손태승 행장의 회장 겸직 또는 분리 여부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장 후보를 손 행장 단독으로만 정하지 않고 회장 후보를 모집해 후보군을 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예보가 지주 회장-은행장 겸직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하면서 손 행장의 회장 선임이 가장 중요할 것이지만 당국이 지배구조에 관여 의사를 밝힌 만큼 분리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부도 지주 회장과 행장 분리 후 일어날 수 있는 낙하산 논란에 대해 염려할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논란이 없는 후보를 최종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과연 민간 은행이냐는 의견이 많았다. 최 위원장의 발언으로 정부의 경영 개입 논란을 일어날 수 있다”며 “지주사 회장의 연임, 회장 권한 강화를 지적해온 정부 입장에선 우리은행 회장-행장 겸직에 대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