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본조달 계획에도…SK그룹 후광에 역부족

SK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SK증권의 주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조달 계획에도 SK그룹의 지원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해소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SK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SK증권에 대한 우려가 주가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조달 계획에도 SK그룹의 지원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해소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증권은 전일대비 10원 상승한 793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상승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8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SK증권은 이달 들어 1000원대가 무너진 이후 지난 16일 연저점인 783원까지 추락했다. 올해초 기록했던 고점 1425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SK증권이 약세를 보이는 데는 SK그룹의 후광이 사라졌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SK증권은 공정거래법상 비금융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 제한에 따라 지난 2015년 이후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당시 SK C&C가 SK와 합병하면서 SK증권 지분 10%를 합병후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면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사가 금융자회사 지분을 보유할 경우 2년간 처분을 유예하고 있지만 매각이 불가피하다.

 

SK증권은 SK그룹 산하에서 유일한 금융사였다. 증권 업계에서는 중소형사 가운데 사모펀드와 채권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하우스로 평가했다. 다만 여기서는 SK그룹 소속이라는 점이 강점을 지지하는 요소였다.

 

SK증권은 지난 2006년 업계 최초로 프로젝트 사모펀드를 설립했고 현재 14개의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매각 전을 기준으로 SK증권의 사모펀드 누적 설정 규모는 2조원이상으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다만 SK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지금 시점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진 상태다. 

 

채권 분야는 SK그룹에서 벗어난 점이 뼈아프다. SK증권은 채권 발행 주관 분야에서 KB증권 등 선두권 증권사와 어깨를 겨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SK그룹의 회사채가 실적에 다수 포함됐기 때문에 향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매각 과정에서 향후 5년간 SK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장기적으로 그룹 물량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자본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신용등급에서도 SK그룹의 후광이 아쉽다.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가 SK증권을 인수한 이후 대다수 국내 신평사들은 SK증권의 신용등급을 한노치 하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조달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대주주인 J&W파트너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SK증권의 자기자본을 늘리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SK증권은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운영자금 목적으로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자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SK증권의 자기자본은 5500억원대로 늘어난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의 지형이 이미 초대형IB를 중심으로 대규모 증자가 진행된 상태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에도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곳이 많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 역시 재무상태가 강화된다 해도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유상증자로 부채 부담이 줄고 재무 여력이 강화되더라도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사라진 점을 만회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SK증권의 이번 유상증자로 업계 평균 수준의 자본확충을 달성할 것"이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자본 및 수익창출능력 격차가 확대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 증권사와 유사한 수준의 증자규모는 수익기반 확대 여지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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