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11월14~16일 유럽 유력…북미 대북제재 해제 놓고 물밑 접촉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되면서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달 중으로 실무협상을 갖고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번 2차 북미회담은 실질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7일 AP통신을 포함한 복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은 11월14~16일 사이 유럽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미국 중간선거인 11월6일 이후 회담일 열릴 것”이라며 “싱가포르를 제외한 3~4곳의 장소들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두어 달 안에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연내 개최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유력 후보지는 스웨덴과 스위스로 거론됐다. 스웨덴과 스위스는 모두 북미 양국과 원만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고,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는 중재 역할을 해왔다. 스위스에는 북한 대사관이 있고, 김 위원장이 유학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1일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바로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은 11월6일 중간선거 이후에 열릴 것”이라며 “미국에서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에 관한 기존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프랑스 파리 총리 공관에서 “선언적 합의에 머물렀던 1차 북미정상회담과 달리 2차 회담에서는 서로 해야 할 일들을 타임테이블에 올려놓고 통 큰 합의를 이뤄내기 바란다”며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은 당초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실질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회담 장소를 평양 또는 판문점을, 미국은 중립 성향의 제3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 마러라고(Trump Florida Mar-a-Lago) 리조트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미국 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방미를 반대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담의 개최지도 협상카드 중 하나인 만큼 실무 협상에서 북한에 유리한 조건이 나올 경우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 되고 있음에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협상대표로 한 실무협상의 개최 시기와 장소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길에 동행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미 실무채널을 가동하기 위한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러나 북측은 비건 특별대표의 초청장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북측이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세부논의를 실무적으로 논의하길 꺼리고 있다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담판을 통한 합의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위해선 이달 안에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 간 실무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이번 회담의 쟁점은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를 전향적으로 취할 수 있도록 대북제재 완화도 협상 테이블에 놓여질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지난 9월29일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협상 공략점을 종전선언에서 대북제재로 옮겼다. 북미 간 실무협상을 앞두고 나름대로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 양측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에만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실무협상은 미국이 얼마나 대북제재 완화를 유연하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이어 “북미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일정한 교감 또는 의지를 교환한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실질적인 카드로 대북제재 완화를 전면에 내세워 틀을 짜려는 것 같다. 비건 대표와의 협상 전에도 강한 톤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다시 주장할 수도 있다”며 “실제 북미 간 물밑 접촉으로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 협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북한이 내부적으로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협상 전략을 짜기 위해 비건 대표의 실무협상 제안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