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쉬지 못하는 업무 특성…하지정맥류 등 발병률 일반보다 높아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백화점 판매직 노동자들이 하루종일 선 채로 근무해야 하는 업무 특성으로 인해 방광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1∼10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여성이 96.5%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의료기관에서 방광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20.6%(578명)였다. 이는 일반 인구집단의 방광염 유병률인 6.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는 화장실도 못 간 채 하루종일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환경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 화장실에 갈 필요가 있었으나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9.8%(1677명)였다. 이 중 1047명이 매장 인력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한 달 동안 근무 중 발에 통증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물음에는 무려 91.1%(2555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생리대 교체를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노동자도 39.9%(1081명)나 됐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게 원인으로 추정되는 질환의 유병률도 높았다. 조사 대상 중 의료기관에서 하지정맥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15.3%(428명)로, 일반 인구집단(0.6%)보다 높았다.

족저근막염 진단·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도 7.9%(223명)로, 일단 인구집단(0.5%)보다 훨씬 많았다.

판매직 노동자를 위한 매장의 휴게시설은 여전히 열악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8.1%였다. 그 이유로는 △휴게실 의자 수가 부족해서(65.7%) △​휴게실 면적이 좁아서(47.5%)가 꼽혔다

갑질을 당한 노동자도 많았다. 지난 12개월 동안 업무 규정상 불가능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사람은 82.5%(2314명)에 달했다. 업신여김을 경험했다는 사람도 36.6%(1027명)이었다.

이용득 의원은 “앉을 권리, 휴식할 권리, 화장실 이용은 최소한의 인권”이라면서 “백화점·면세점이 이런 실정인데 중·소규모 매장 판매직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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