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화학 분야 집중…업황 부진시 민간하게 반응

화학업종 대장주 자리를 두고 LG화학과 경쟁하던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 3월 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LG화학과의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 사진=롯데케미칼

화학업종 대장주 자리를 두고 LG화학과 경쟁하던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 3월 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LG화학과의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롯데지주 자회사 편입 등으로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전통적 석유화학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로 화학업종 업황 부진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은 전일 대비 0.19% 상승한 26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9조1300억원 수준으로 52주내 고점인 지난 3월초 주가 47만500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초까지 영업이익을 두고 업종내 선두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에서도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7000억원대 중반에서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고점을 기록할 당시 LG화학을 목전까지 추격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은 9조1000억원 수준으로 LG화학의 22조9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화학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들어 업황 부진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최근 3년여간 유래 없는 업황 호조 속에 화학 업계에서는 대다수 업체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업황이 반전했다는 평가 속에 향후 실적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황 부진의 원인으로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원재료인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점 등이 꼽힌다. 여기에 호황기 업종내 증설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연초에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어 재고 비축으로 인한 수요 강세 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미국과 중국 및 정유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다년간 지속돼 업황 하락기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유화학 업종을 대표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간 가격차)는 최근 급격하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10월 들어 톤당 38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올해 상반기 평균치에 비해 44% 가량 축소됐다. 다만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주요 화학업체들의 NCC(납사분해설비)의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200달러 초중반선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대규모 신규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일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실제 공급증가는 오히려 더디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리에틸렌(PE)을 중심으로 한 미국발 아시아 수출 물량은 올해 2분기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급 측면의 폭발적 증가세와 달리 수요 측면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속에 중국의 수요가  축소됐다.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물량은 증가하고 유가 역시 상승하면서 화학 업체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황이 침체되면서 비교적 전통적 화학 분야에 사업영역이 집중된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신소재 및 배터리 사업 등 상대적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LG화학은 업황 호조기 주가 상승폭이 롯데케미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업황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 역시 제한되고 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기초 소재 뿐 아니라 배터리와 바이오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화학 제품 정제 마진 확대와 크게 연관이 없는 사업도 많다”​며 “​업황 호조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부각됐으나 반대의 상황에서는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LG화학이 우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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