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점주들 닭값 인하 요구에도 수 개월 버텨…국감 직전에서야 인하 검토 계획 밝혀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를 보고 있으면 곪지 않은 곳이 없는 듯하다. 이 쪽에서는 닭값으로, 저 쪽에서는 먹튀 매각으로 시끄럽다. 상생이니 동반자니 사업하기 좋은 단어로 대충 버무려왔던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전시적 애정이 실제로는 ‘대화 없음’ 혹은 ‘일방 행정’ 이라는 허술한 토대 위에 지어진 빈약한 집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싸움이었던 치킨 프랜차이즈 bhc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은 이번 국감을 통과하며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그간 bhc 가맹점주들은 bhc 본사에 2015년도부터 전체 가맹점주들로부터 걷은 광고비 지출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해 왔다. 

 

bhc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본사는 가맹계약에 따라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신선육 한마리당 400원의 광고비를 별도로 수령했다. 이어 2017년 1월부터 현재까지 기존 신선육 가격 4600원에 광고비 400원을 포함해 신선육 가격을 5000원에 책정했다.  

 

이에 박현종 bhc 회장은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선육 가격인하를 포함해 bhc가맹점주와의 상생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감 직전에서야 급하게 가맹점주의 요구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오세린 봉구스밥버거 전 대표가 가맹점주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네네치킨에 지분을 매각 하며 불거진 ‘먹튀 매각’ 사건은 아직 대화의 테이블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가맹점주들은 국회로 몰려가 새 경영진인 네네치킨 측에 오 전 대표가 갚기로 한 포스(POS) 위약금 문제 등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가맹점주에 따르면 네네치킨 경영진은 포스 위약금, 가맹금 반환, 소송비용 변제 등의 요구에 “검토하겠다”, “업무 파악이 안 됐다”는 등의 무책임한 답변들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본사와 점주가 요구하는 바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100을 두고 누가누가 더 많이 가져가나 게임을 해야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힘의 차이에서 온다. 이 둘의 관계는 흡사 동업자같지만 결국 주종관계다. 브랜드를 쥐고 있는 쪽과, 브랜드를 빌려 쓰는 자들 간 힘의 논리란 뻔하다. 위가 있는 이치로, 아래가 있는 것이다. 점주들이 백날 위기를 말해도 경영진은 이를 씹으면 그만, 회사를 팔아버리면 그만인 상황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다. 전권이란 강한 쪽이 쥐게 되어있고, 한 번 전권을 쥔 쪽은 더 강해지기 마련인 것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구조다.   

 

이제는 대충 씹고 뭉개면 되겠지, 아물겠지, 다물겠지라는 수구적 태도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게됐다. 점주들이 더이상은 가만히 있지 않게 된 것이다. 박현종 회장이 닭값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가맹점주들이 협의회까지 만들며 나서지 않았다면, 국회가 이를 청취하고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결코 이뤄지지 않았을 성취다. 본사와 점주협의회는 오는 17일 만나 대화키로 했다. 아직 답이 없는 네네치킨 본사도 이에 어서 화답해야 할 것이다. 치킨은 무슨 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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