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로 대출한도 줄어…“주택구입 목적으로 간주, 완화 쉽지 않을 것”

1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강남권 정비사업장들이 대출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강남권 정비사업장들이 이주비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이주비 대출을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하면서 한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로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거나 이주를 할 계획이었던 조합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이주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강남권 정비사업장들이 이주비 조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이후 이주비 대출 한도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에서 40%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4구 등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1건이라도 받았다면 이주비 대출을 포함한 추가 대출이 불가하다.

 

또한 예전에는 건설사가 자사 신용 대출로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빌려줬는데 지난 2월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시공사의 이주비 대출도 원천 봉쇄됐다. 건설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나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은 일절 제안할 수 없게 됐다.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들은 자금 조달이 더욱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9·13부동산대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도 주택구입 목적 대출로 간주하고 다주택 여부 등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출 한도가 줄면서 이주비 대출로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거나 이주를 할 계획이었던 조합원들은 난감해졌다. 지난해 8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송파구 신천동 소재 미성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72의 이주비는 35000만원, 9541200만원 가량이 책정됐다. 주변 신청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은 전용 85이하 중소형도 79억원에 달해 조합이 조달한 이주비만으로는 전세금 마련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 8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내 금융회사를 통해 강남 재건축 이주비 대출 관련 금융시장에 투자를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골드만삭스를 통해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기로 했던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 일부 조합원들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등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주비 조달을 앞둔 조합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주비 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주 시기가 늦어지면 금융비용, 공사비 등 사업비가 늘어날 공산이 커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주비 갈등으로 이주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 뿐만 아니라 재개발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예정된 시기에 공급돼야 할 주택물량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지난해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많았던 만큼 이주비 조달 문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일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한 잠실 진주아파트가 현재 이주를 준비 중이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한신4지구 2곳이 올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에서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주비 대출을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한 만큼 대출 제한이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동안 이주비 대출을 받아 분양권이나 주택을 매입하는 등 부동산 시장으로 재투자 되는 사례가 일어났다정부가 유동자금 옥죄기에 나선만큼 이주비 대출 제한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