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 강조한 인터넷은행은 대포통장 개설 은행 전락 우려

10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제로(zero) 캠페인' 발족식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 윤석현 금융감독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대출에만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생금융을 외치며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지만, 뒤로는 은행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 관행을 버리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예대금리차와 평균금리가 높았다. 애초 설립목적과 다르게 고신용자 대출에만 집중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은행권 민낯이다. 


◇은행권, 부동산 대출 증가·관행적 꺾기 등 수익성에만 집중

1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은행들은 주로 수익 확대만을 위한 경쟁적 영업행위를 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영업행위는 금융소비자 혜택과 거리가 멀었다. 우선 은행들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주로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대출 비중이 크게 늘렸다. 안전하고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한 영업행위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을 보면 올해 2분기말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302조1000억원이다. 5년 동안 70.6%(125조원)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금액은 같은 기간 120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140%(70조3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제조업은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도매 및 소매업은 36%, 숙박 및 음식점업은 48% 늘었다. 김두관 의원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 대한 대출보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임대업 등에 대출이 집중돼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면서도 뒤로는 대출을 조건으로 예금, 적금, 보험, 펀드 등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 ‘꺾기’ 관행은 유지했다. 꺾기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하면서 30일 이내에 예·적금 등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다. 은행법에 따라 금지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거래는 70만건에 육박했다. 금액으로는 33조원을 넘어섰다.

꺾기는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IBK기업은행이 가장 심각했다. 29만9510건, 12조8346억원으로 가장 많은 편법 꺾기 의심거래를 취급했다. 이어 KB국민은행(10만1056건·3조6203억원), KEB하나은행(7만1172건·2조2678억원), 우리은행(5만9181건·3조3598억원) 순이다. 김병욱 의원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을의 위치다. 은행이 편법 꺾기를 종용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은 신용등급 상승 대출고객의 금리인하요구권에 눈감은 모습을 보였다. 감면금리를 축소하고 금리인하 효과를 막는 행태를 부린 것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산정하면서 차주들의 신용등급이 올랐는데도 194건에 대해 임의로 감면금리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68건(대출금 64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50건(313억원), 신한은행 40건(185억원), 하나은행 36건(203억원) 순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금리를 인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학영 의원은 “일부 은행을 대상으로 2017년 한 해 만 조사했는데도 상당한 문제점이 나왔다. 금감원은 전체 은행권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와 심성훈 케이뱅크은행 대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고신용자 중심 영업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두 인터넷은행의 영업행위도 수익성에 집중돼 있었다. 시중은행보다 예대금리차와 평균금리가 높았다. 애초 설립목적과 다르게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과 인터넷은행 영업지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두 인터넷은행의 대출은 대출 잔액 기준 70% 이상, 건수 기준 60% 이상이 1~3등급 고신용자에게 나갔다. 


인터넷은행 대출자들을 신용등급별로 분류해보면, 케이뱅크의 경우 1~3등급 고신용자에게 나간 대출이 잔액기준 84.1%를 기록했다. 건수기준으론 69.4%다. 카카오뱅크는 잔액기준으로 70.1%, 건수기준은 58.8%를 기록했다. 제 의원은 “이런 인터넷은행 영업방식이라면 제3, 제4 인터넷은행이 등장한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의 금융비용 절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을 통한 대포통장 개설도 문제였다. 이학영 의원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2017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에 따라 지급 정지된 대포통장이 82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265건, 카카오뱅크는 564건이다. 이는 100%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는 인터넷은행의 통장 발급조건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서비스는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소비자중심의 영업행위에는 은행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보호를 수익성이 없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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