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고용진 의원 “현대차 전속거래 구조에 하청업체 피해”…성일종 의원 “대부분 협력사 영업이익률 현대차 절반에도 못 미쳐, 정의선 부회장 증언대 세워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오후 계속된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토요타자동차의 핵심 장점 중 하나가 CR(원가절감)과 JIT(적기공급생산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선 이 외형은 비슷해도 전속거래 구조 때문에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 같이 말하며 “갑을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다. ​업종별로 거래구조 전반을 살피고 신고된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갑질 근절을 내건 공정위가 제조업계 협력사 피해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협력사 갑질, 기술탈취 논란으로 올해 국정감사에 오르며 정치권 비판에도 직면했다. 특히 중소협력계는 완성차 업체가 중심이 되는 수직적 전속거래구조가 하청업체들의 피해로 직결된다는 지적에 입을 모았다. 자동차 산업 전반의 불황을 이유로 꼽기엔 고질적인 업계 원하청 구조가 협력사들의 경영난을 가중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정무위 국감엔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이 증인 신분으로 출석,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집중질의에 대한 해명을 이어갔다. 소속 의원들은 현대차의 전속거래 하청구조가 협력사들의 타격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속거래 시스템 속에서 단가 후려치기, 금형탈취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까지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이대론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본사는 1차, 1차는 2차 협력업체에게 CR 약정을 맺고 있다. 현대차는 합의에 의한 약정이라고 하겠지만 현실은 다를 것”이라고 추궁했다. 

 

협력업체는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청이 원가 절감 부담을 협력사에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동차 산업 업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단순히 경기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가 운영하고 있는 JIS(현대차 직서열 생산방식)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전속협력 거래관계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본부장은 “약정인하에 대한 부분은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업체선정 시 경쟁입찰을 하고 있다. 결코 전속거래를 강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력업체 현장 일선의 반응은 이와 달랐다. 증인으로 출석한 손정우 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 총무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1년 전 입찰을 하고 투자를 하는데, 이후 15%가량 공급가를 낮춘다. 협력업체는 부도가 날지언정, JIS를 맞추기 위해 납품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직원들이 금형을 탈취해 형사 고소를 당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당초 원청인 현대차는 2, 3차 협력사와의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까닭에 경영에 관여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직적 전속거래 구조상 원가 절감이 2, 3차 협력사까지 전가되며 중소협력사들이 줄도산에 이르거나, 직원들이 금형 탈취를 해 형사 고소를 당하는 등 사태가 불거지며 원청의 책임 여부도 논란이 됐다. 동반성장을 내세운 현대차가 협력업체들의 고통을 방조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정 본부장은 위법 사항이 있는 1차 협력업체의 경우 시정권고를 하고 있다. 그 후엔 입찰 시 심의점수에 감점조치를 취하는 등 입찰배제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2, 3차 협력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을 뿐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다만 2, 3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소통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그러나 사실상 2, 3차 협력업체의 경우 보복행위 등 불이익을 우려해 불공정 하청계약을 신고하기 어려운 실정인 까닭에 다소 원론적인 답변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무위 의원들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전속거래 구조가 관행처럼 굳어져 업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2, 3차 협력업체들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근본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현대차를 정조준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국감장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실현할 때 협력사는 높아야 5%를 달성한다. 대부분의 협력사들이 현대차 영업이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하며 “한 부품업체는 전속거래가 아닌 100% 자사브랜드로 운영한 결과 같은 해 14.07%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의 전속거래가 하청업체의 경영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주장이다. 

이어 성 의원은 “이 같은 구조를 바꾸려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한 회사로 통합시켜야 한다”며 “구매본부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정의선 부회장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위도 재조사에 철저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 업체들의 재신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업 봐주기'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공정위 차원에서도 철저한 재조사에 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모든 사건을 개별적으로 처리하긴 쉽지 않다. 대법원 판례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기도 하다​면서도 ​재신고 사건 위원회에서 1차 협력사의 피해를 주장하는 업체들의 재신고를 받았다. 잘 살펴보고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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