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길어질 가능성 높아 낙인 우려 확대…DLS·DLB·ELB 등 다른 파생결합 상품도 부정적 영향 가능성

홍콩항셍지수를 비롯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ELS 투자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그래픽은 홍콩항셍지수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미국발 무역 전쟁 우려 탓에 국내외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증시가 더 큰 폭으로 내릴 경우 투자 원금이 손실되거나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기초 자산으로 국내외 증시 주요 지수를 포함하고 있는 파생결합증권(DLS),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경우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파생 결합 상품 전반에 대한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하락장의 공포가 ELS 투자자를 엄습하고 있다. 15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6.73포인트(0.77%) 내린 2145.12로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인 12일 1.51% 소폭 반등한 것에서 다시 지수가 내리면서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한 모습이었다. 코스피는 앞선 지난달 28일을 시작으로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고 이달 11일에는 4.44% 급락하기도 했다.

증시 하락 움직임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도 삐그덕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이달 3일(이하 현지시간) 장중 26951.81까지 오르는 등 사상 최고치를 썼지만 이후 10일(3.15%), 11일(2.13%) 각각 내리면서 큰 폭으로 내렸다. S&P500과 나스닥 지수 역시 이달 3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ELS 손실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와 연계해 수익률이 정해지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일반적으로 연계된 주가나 지수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수익을 거둘 수 있어 박스권에서 중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기초 지수를 활용하고 녹인 배리어 기준을 낮춘 안정적인 상품들이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올해 상반기 ELS 발행액은 4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1%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계된 지수가 기준치 밑으로 내려가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거나 자금이 묶이는 위험도 존재한다. 최근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급락이 ELS 투자자들에게는 더 큰 공포로 느껴지는 이유다.

예컨데 코스피200 지수와 연계된 한 ELS의 경우 3년 만기평가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65% 밑으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한다. 조기상환 조건도 있는데, 조기상환평가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95%를 넘어서면 4개월만에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90%인 경우 8, 12개월 조기 상환이 가능하고 88%(16개월), 85%(20,24개월), 80%(28개월), 75%(32개월) 순이다. 만일 올해 6월 초순에 이 상품에 가입했다면 4개월 조기 상환이 불가능하다. 코스피200지수가 6월 초순 315선에서 이달 초순 275선으로 12% 넘게 내려 조기상환평가가격 기준에 미달하는 까닭이다.

특히 홍콩항셍지수를 기초지수로 활용한 ELS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항셍지수는 ELS 상품에 널리 쓰이는 기초 지수로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항셍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규모는 34조20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올해 1월 28일 종가가 13723.96였던 홍콩항셍지수가 이달 12일 10200선까지 25.6% 가량 내려왔다.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는 2016년에도 H지수가 2015년 대비 50% 넘게 폭락한 영향에 대량 녹인(Knock-In·손실구간)을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 주요 지수들의 하락세는 DLS, DLB, ELB 등 다른 파생결합 상품들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상품들 중에는 증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만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만을 기초지수로 한 DLS의 경우엔 최근 유가 상승으로 기대 수익률이 높아졌지만, WTI에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의 경우는 되려 원금 손실 우려가 높아졌다. DLS는 두 기초 자산 중 하나라도 만기시 낙인 구간에 있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DLB와 ELB는 대개 원금 손실 가능성은 크진 않지만 수년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증시에 부정적인 재료가 많아 현 시점에서는 반등이 쉽지 않아보이는 건 사실이다”며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만일 장기간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다면 ELS 등 파생 관련 상품들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발 무역 전쟁 우려 탓에 국내외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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