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규제에도 치솟는 집값…“법제화 전 국민 수렴·합의 필요”

연이은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토지공개념’에 대한 공론화가 한창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토지공개념에 대한 공론화가 한창이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의 사적소유는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하자는 개념이다. 연이은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가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규제에도 잡히지 않는 서울 집값

 

12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시계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달 8억원이 넘었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값으로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200975억원을 넘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부동산 시장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46억원을 찍었다. 올해 초에는 7억원을 돌파했고 지난달 8억원에 도달하기 까지는 불과 8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연이은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수도권에 30만호를 공급하는 9·21 공급대책도 내놨지만 시장반응은 시답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간과 비용문제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권에서는 토지공개념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이용해 세율과 그 적용범위를 늘려 투기세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와 이용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의 개념이 반영돼 있다. 헌법 232항에서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 122조는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

 

박정희 정부 시절 첫 등장

 

토지공개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 중반 중동건설 특수에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박정희 정부는 토지공개념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토지공개념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노태우 정권 시절이다. 당시 경제 호황으로 땅값이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투기가 판치자 1989년 정부는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을 제도화 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유휴토지 등의 소유자에 대해 3년 단위로 전국 평균 지가상승률의 150%를 넘는 지가상승분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택지소유상한제는 가구당 200평 이상 택지 소유자에게 공시지가의 일정 비율을 세금을 부과한 제도다. 개발이익환수제는 택지개발, 공단조성 등 개발이익의 25%를 부담으로 물리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제도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1999년 택지소유상한법에 위헌 결정을 했다. 제도의 범위가 정밀하게 설계하지 못한 탓에 헌재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당시 헌재는 공공 이익을 위해 토지소유를 제한하는 취지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헌재의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외환위기 때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노무현 정부 때도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나왔다. 당시 종부세는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1~3% 세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세대합산 과세에 위헌 결정이 나면서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 세율이 0.5~2%까지 낮아졌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부동산 시장 악화로 지난해 12월까지 유예됐다가 올해부터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이 계류 중이다.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 재건축조합들로부터 헌법소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오늘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절한 시점에 이에 대해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중심 공론화 확산법제화 하기 전 수렴·토론 거쳐야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월 토지공개념 헌법 개정에 나서면서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과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토지공개념을 도입해놓고 실제로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다보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이를 극복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중앙정부에서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최근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거둬 국민 모두에게 30만원씩 나눠주자는 것이다. 이 도지사는 국토보유세가 시행되면 정부는 155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나 전 국민에게 30만원씩의 토지배당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민의 95%가 수혜를 받아 조세저항이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명확한 법적 수단 등을 검토해 토지공개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다양한 정책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정책은 조세저항을 감안해 장기적인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구체화하는 법률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여론 수렴 등이 신중하게 토론하면서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토지로 얻은 소득을 환원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법률을 만들어서 규제하게 되면 재산권 침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미 개발이익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근거로서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려는 것이다부의 편중을 완화하거나 부동산투기를 억지하고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지나치게 법률을 만들어 규제하게 되면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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