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비핵화 원칙 입장 한목소리…美 실무협상 통해 北 속내 간파할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북·중·러 3개국 외교 차관급이 공동보도문을 통해 미국의 선(先) 비핵화 조치 요구에 맞서 북한의 단계적·동시행동원칙 요구가 실현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중·러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데 공조하겠다면서 미국의 상응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한·미 양국의 향후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중·러는 지난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수립과 관련해 “단계적이며 동시적인 방법으로 전진되어야 하며 관련국들의 상응한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지었다”고 보도했다.

3국은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에 맞서 북한의 ‘단계적·동시행동원칙’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면서 미국의 상응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3국은 대북제재 해제가 아닌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데 공조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 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빚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갈등에서 남중국해 영유권·대만·인권 문제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어 중국도 북한을 전략적인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한반도 상황에 개입할 여지를 만들 모양새다.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국이자 평화협정 서명 당사국이라고 주장하며 종전선언에도 개입할 의지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또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의 인도적 위기를 낳을 뿐”이라며 북한의 중요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 제재 강화를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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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미 양국은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미국은 북·중·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면서 대북제재 완화 주장에 수용하려는 모습이지만, 북·중·러 3국의 공조에는 우려감을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최선희 부상의 중국과 러시아 방문을 포함, 최근 한반도 정세 진전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러시아 간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는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 주요 관련국인 북·중·러 간 협의에 주목하며 유사한 논의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건설적 기여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북·중·러 3자회담에서 드러난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공조 체재에 힘입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완화에 대해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중·러가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는 중·러가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북한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나름대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면서 향후 비핵화 단계를 밟는 과정에서 중·러의 힘을 활용하려는 생각”이라며 “미국은 일단 북미 간 실무협상을 통해 중·러의 이러한 행보를 검증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정확한 의도가 드러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차 평론가는 이어 “미국은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속내를 검증한 후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이 움직이는 부분에 있어 미국이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완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속내 보다는 미국의 입장과 평양정상회담 합의문을 둘러싼 북미 간의 보이지 않는 견해, 갈등 등을 완화시키고, 남북경협 등과 관련해 미국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병민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앞서 유엔총회서 “우리가 1년 동안 미사일이나 핵에 대해 도발 등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제재는 바뀐 게 없다”고 언급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발언과 관련해 “북한은 예외적인 조치를 만들려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남북경협 등”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완화와 관련해)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길 원할 것이다. 다만 북한도 비핵화를 국제사회에게 설득할 구체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을 미국과 굳건하게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근본적으로 한·미가 공조해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대북제재 문제를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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