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재판 올라가자 결정문 송달 보류 지시…임 판사 “징계 사유 의문, 불복 소 제기할 것”

/ 사진=연합뉴스

임성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임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수사기밀 누설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징계 당사자인 임 부장판사는 대법원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지난 4일 임성근(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재판 절차 개입과 관련해 견책 처분했다고 12일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6년 1월 약식명령이 청구됐다가 정식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씨​의 도박사건 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을 심리한 김아무개 판사가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는 보고를 받고 법원 관계자에게 공판 회부 결정문 송달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또 김 판사에게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의 지시와 관련해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서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2014년 11월 마카오 카지노에서 4000만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두 선수에 대한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후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대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확정했다. 사건을 공판에 넘기기로 했던 판사의 애초 결정이 번복된 것이다.

견책 처분을 받은 임 부장판사는 입장문까지 배포하며 징계가 부당하다고 적극 해명했다.

임 부장판사는 “단순도박죄는 징역형이 없고 벌금 1000만원이 상한으로 규정돼 있는 범죄다. 굳이 4~6개월이 소요되는 공판절차를 진행해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될까 우려됐다”면서 “김 판사 역시 사건의 적정한 처리에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상황에서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다’라는 징계사유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행여나 담당 판사나 법원이 부당하게 언론이나 검찰, 정치권 등으로부터 비난이나 비판을 받을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소속 법관들이 소신껏 재판하도록 외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가 돼야 한다는 소신 아래 근무해 왔다”면서 “이 사건도 같은 차원에서 이뤄졌을 뿐이다. 조만간 대법원을 상대로 불복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법조비리 사건에 일부 판사가 연루되자 법관 상대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유에스비에서 발견된 문건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임 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한 바 있다. 해당 문건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왔을 당시 작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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