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회장 지배구조개선 추진에 은행 이사회 등 반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개선안을 추진할 것을 밝히면서 은행 이사회 등에서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 사진=대구은행
DGB금융지주가 최근 내부 갈등에 휩싸인 분위기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개선안을 추진할 것을 밝히면서 이에 반대하는 은행 이사회와 갈등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장 장기 공석도 예상되는 가운데 김 회장의 행장 겸임 가능성도 나오면서 갈등은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개선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권을 지주사가 갖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안의 개정을 이달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주사 회장 권한을 강화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DGB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은행 이사회가 반발을 하고 있어 지주사와 은행 사이의 갈등이 예상된다.

DGB금융에 따르면 CEO 후보 추천권을 자회사(은행 등)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지주사의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로 옮기기로 했다.

특히 현재 은행장 등 후보의 경력을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 기준에서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 ‘은행 사업본부 임원 2개 이상 역임’, ‘지주사 및 타 금융사 임원 경험을 최소 요건으로 두는 등 자격요건도 강화했다. 사외이사의 경우 현재 5명에서 7명으로 정원을 늘리고 선임절차도 현재 내부추천에서 외부추천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지난 10일 대구 동부 DGB대구은행혁신센터에서 “은행장 추천권을 지주사가 갖는 것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지만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 설정이라는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 이사회 측에선 이번 지배구조개선안이 김 회장의 권력 강화와 은행장 겸직을 위한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장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DGB금융이나 대구은행 전, 현직 임원이 없을 뿐 아니라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은행장 장기 공백으로 김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구은행 한 내부 관계자도 이런 이유 때문에 “김 회장의 지배구조개선안이나 은행장을 겸임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라며 “DGB금융 출신이 은행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직원들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은행 이사회 측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달 19일 중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개선안을 내부규정으로 개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은행장의 전문성 자격 요건을 강화하게 되면 이 요건에 충족하는 DGB금융그룹 전, 현 임원은 4~5명 모두 채용비리나 수성구 펀드 보전사건 등에 연루되어 있어 은행장에 선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연말까지 사법처리가 일단락되면 후보군을 대상으로 CEO경력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보험 캐피탈 등 임원 경력을 쌓게 하고, 일정 경력이 쌓이면 이들이 차기 은행장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결국 지주사 중심의 경영을 계획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지주 회장의 권한 강화에 대해 우려하는 바다. 은행장 자격 요건 강화도 후보가 없을 것을 염두에 두고 행장 겸직을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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