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법인분할 강행에 산은·정치권 질타, 주총개최 금지 가처분 판결 관건…“철수설 의혹에 추가 분쟁 우려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달 본격 추진되는 한국GM의 법인신설 계획에 산업은행 및 정치권 견제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국GM은 오는 19일 주주총회 개최에 앞서 법원의 개최금지 가처분 판결을 기다리는 가운데 국정감사까지 오르며 정치권 질타에 직면했다. 대내외적 논란을 봉합하지 못하고 사업을 강행할 경우 ‘철수설’에서 비롯된 외풍은 보다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한국GM은 “자동차 및 부품에 관한 연구·개발(R&D)사업을 인적분할의 방식으로 분할해 연구개발법인을 설립 한다”고 공시했다. 신설 법인명은 ‘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주식회사’로, 분할제외 부문인 자동차 및 부품 생산‧정비‧판매 등 사업부문은 기존 한국GM 주식회사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 한국GM은 해당 신설법인을 올 연말까지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4일 한국GM은 이사회를 열어 신설법인 추진 안건을 통과시켰다.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해당 안건을 통과시킬 경우 내달 법인신설을 단행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분할기일은 내달 30일, 분할등기 예정일은 12월3일이다. 

 

그러나 한국GM이 신설법인을 본격 설립하기까지 다소 험로가 예상된다. 법인신설 계획을 두고 노조, 산업은행, 정치권 등 회사 안팎에서 반발이 거센 까닭이다. 

 

우선 오는 19일 예정된 주총은 법원의 주총개최 금지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진행에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달 초 산업은행은 한국GM의 법인분할 관련 주주총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GM이 신설법인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나 효과, 목적 등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기본협약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예정된 주총 개최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심문은 지난달 종결됐고 추가적인 서면공방을 거쳐 17일 전후로 판결을 낼 예정이다. 아무리 늦어도 주주총회 전까진 판결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측에서 법인신설 반대 의견을 재차 강조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10일 국감에 출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GM과의 기본협약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 주총에서 반대는 물론, 비토권을 행사할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법원의 가처분 판결과는 별개로 추가적인 협의 및 소송의 여지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양측에서 추가적인 본안 소송이 있을 수도 있다​며 “기본계약서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10년간 한국GM의 생산 활동을 보장받은 것인 만큼, 그 계약에서 어긋난다면 소송의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GM 사태가 국감에 오르며 정치권 질타도 이어졌다. 법인신설 계획이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양해각서(MOU)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달 10일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지엠의 중장기 경쟁력강화를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GM은 한국GM의 R&D 역량강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산업부와 공동작업반을 구성,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한국GM이 공동작업반이 구성되지 않았으며 법인신설에 대한 어떤 협의조자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부 자동차항공과 과장 외 GM과 한국GM은 공동작업반을 구성하는 각 측의 간사조차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여기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국감 불출석은 정치권의 ‘철수설 의혹을 증폭시킨 모양새가 됐다. 카젬 사장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19일 주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8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10일 국감에 불참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지엠에 정부 공적자금이 8000억원이나 투입된 만큼 카젬 사장이 직접 국회에 나와 법인 분리 등에 대해 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 의원은 오는 29일 종합감사에 카젬 사장에게 출석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GM 측은 아직까지 요청된 건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 사측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법인분할을 추진한다”는 설명을 재차 내놓고 있지만, 노조와의 입장차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노조는 앞서 회사 측에 관련 안건에 대해 특별단체교섭을 5차례 요청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아 교섭결렬을 선언하며 오는 12일 쟁의조정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GM은 이달 22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최종 부사장이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법인신설 건에 대한 질의해명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주총을 끝낸 시점인 까닭에 형식적인 해명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주총 문턱만 넘게 되면 일사천리로 법인분할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질문과 노조에서 제기하는 질문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감에 출석해서도 질문에 핵심을 답을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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