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좋지 않고 굵직한 기업 이슈도 없어…여야 모두 무리한 총수 출석 역풍 고려한 듯

국회 본청 앞 국회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는 이례적일 정도로 기업 총수들을 배제한 채 이뤄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및 재계에선 현재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하게 총수를 불러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데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재벌총수 증인채택은 ‘국감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감의 흥행을 좌우했다.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총수들이 직접 TV에 나오고 의원들이 이들을 호통 치는 모습이 곧 이슈라는 인식이 정치권에 팽배했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선 그런 모습을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국감 초기 만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신청됐으나 결국 채택되지 않았고 국감장 출석이 거의 확실시 됐던 대한항공 일가 역시 마지막까지 쉽게 결정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나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여야 합의로 증인으로 채택됐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도 국감을 목전에 두고 극적으로 증인명단에서 빠지게 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증인을 신청한 의원실과 여야 간사 모두 총수를 부르지 않고 진행하는 것에 대해 큰 이견 없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감 시작 전 우려와 달리 주요 인사들이 상당수 증인에서 빠지게 돼 한 시름 덜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해진 GIO는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 증인으로는 채택됐으나 불참했다.

일반적으로 총수들이 국감증인으로 신청됐다가 불출석사유서 등을 내고 나오지 않는 경우는 허다했지만, 이번 국감처럼 여야 합의로 무더기로 증인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결국 현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 경제나 기업들을 보면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여야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총수들을 불러 호통을 치면 오히려 역효과 날 수 있어 무리한 총수 증인 출석을 고집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SK하이닉스 공장을 찾아 일자리 창출과 관련 기업들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기업들에게 일자리 창출 SOS를 구한 것으로 기업들을 동반자로 인식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에 집권당인 여당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고, 현 야당은 애초에 기업 총수 부르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총수 실종 국감의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한 주요 그룹사 인사는 “기업들은 지금 가만히 둬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와 더불어 굵직한 국감 재계 이슈가 없다는 점도 총수 부르기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한 국회 보좌관은 “다른 방 상황을 봐도 이번엔 기업 관련해선 큰 이슈는 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사소한 이슈에 총수를 부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일각에선 종합감사 때 총수 증인들을 추가로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현재 기조를 볼 때 특별한 새로운 이슈 없이 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 및 재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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