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임명기준 어긴 대통령 탓”…범여권 “표결을 미루는 야당 책임”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및 헌법재판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헌정 헌재 사무처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지연으로 헌법재판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과 관련해 헌재가 조속한 상황 해결을 요구했다. 여야는 헌재 기능 마비의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였다.

김헌정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1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9월 19일자로 9명 중 5명이 퇴임했다. 아직까지 국회 추천 3명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아서 공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헌재 6명의 재판관으로는 심판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심판 기능이 전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상태다. 재판공백 상황이 해결될 수 있게 국회에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 상태를 두고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을 야당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지만 이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독선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스스로가 국민에게 약속한 고위 공직자 임명 기준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확인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 후보를 헌법재판관에 보란 듯이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인 공백 상황을 언급하며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절차에 따라 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회가 ‘식물 헌재’를 만들어놓고 누구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누구든지 찬성할 수 있고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흠결이 있다면 표결해서 부결을 시키고 다른 적임자를 찾는 게 맞다”며 “표결도 올리지 않은 상태로 임명을 지체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회가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절차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고 그것이 헌법 정신이다”라며 “국회가 입법한 법 가지고 내 의견과 다르다고 따르지 않는다면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지난달 19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각각 추천해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이념 편향성 논란으로 논쟁을 거듭하면서 세 후보자에 대한 표결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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