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닌 ‘자판기운영업’으로 사업자등록…현행법상 문제 없어 개선 시급

무인카페에서 손님들이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최창원 인턴기자

최근 창업 아이템으로 무인카페가 떠오르고 있다. 사람이 아닌 자판기를 통해 커피를 판매하는 무인카페는 서울 지역에만 약 30여개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사업자등록업종을 카페가 아닌 ‘자판기운영업’으로 바꾸는 꼼수로 일회용 컵 규제를 피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외식업소에 대한 일회용 컵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규제 시행 후 매장 안에서 머그잔에 음료를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최근 생겨나는 무인카페에선 여전히 종이·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사용되고 있어 기존 카페 운영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기자가 찾은 무인카페엔 근처 아파트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테이블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손엔 일회용 컵이 쥐어져 있었다. 카페 안엔 여느 카페처럼 각종 책이 놓여 있었다. 읽고 제자리에 놓아 달라는 문구도 적혀있었다. 실제로 손님들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규제 시행 전 카페의 모습처럼 일회용 컵과 함께 자신들의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무인카페에서 쓰이는 자동판매기와 종이컵. / 사진=최창원 인턴기자
무인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는 박민지씨는 “처음엔 일회용 컵만 놓여있어 안에서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며 “무인카페도 카페인데 어떻게 일회용 컵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가능한 이유는 무인카페가 자판기운영업으로 등록된 탓이다. 무인카페의 경우엔 카페가 아닌 자판기운영업으로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 실제로 무인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카페로 가게 허가를 받았을 땐 규제 위반이라며 공문도 오고 했는데, 자판기운영업으로 바꾸고 나선 (공문이) 온 적 없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인카페 근처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 중인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윤모씨는 “누군 한가로워서 머그잔 주고 설거지까지 하는 줄 아느냐”며 “누군 규제하고, 누군 대놓고 일회용품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다만 무인카페의 판매 방식은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10조에 적힌 ‘자동판매기를 통하여 음식물을 판매하는 경우’를 언급하며 “커피가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소상공인정책 관계자 역시 무인카페가 규제 대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소상공인단체에서 민원이 오지 않았다.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관계부처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섭취가 가능한 무인카페는 업종을 카페로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형석 선문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무인카페를 카페가 아닌 자판기운영업으로 등록했기에 생겨나는 문제”라며 “자판기를 통해 커피를 판매하지만, 실내섭취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조성했다면 카페로 봐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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