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사기금액 제하면 시중銀 중 금융사기 규모·건수 최하위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로비 모습. / 사진=연합뉴스

KEB하나은행이 4년 전 일어난 KT ENS(현 KT ENGCORE) 대출 사기의 악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기 건수는 타은행에 비해 적은데도 불구하고 KT ENS 대출 사기로 인해 매년 금융사기 피해액 1등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의 지난 5년 간 금융사고 금액은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각 은행의 유형별 금융사고 현황’을 보면 2014년 이후 6대 시중은행과 2대 국책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154건이다. 사고 금액은 4684억원에 달한다.

이중 사고 금액이 가장 큰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이 기간 KEB하나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은 1655억원이었다. 5년간 전체 금융사고 금액의 35.3%를 차지했다.

금융사고란 ‘금융기관의 소속 임직원이나 그 외의 자가 위법·부당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 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의 금융사기 금액이 가장 큰 이유는 KT의 소규모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600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해줬다가 사기를 당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을 제하면 KEB하나은행의 금융사기 금액은 약 5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한다. 


KT ENS 대출 사기는 2014년 KT 자회사인 통신망 구축 업체 KT ENS 협력사가 태양광 발전소 건설 등의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KEB하나은행 등 16개 금융사를 상대로 2900억원의 대출 사기를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것은 대출 담보였던 매출채권이 허위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KT ENS의 고위 간부가 협력업체들과 짜고 세금계산서 등을 조작해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했고 협력업체들은 이 가짜 채권을 담보로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으로부터 1조8000억원을 대출 받아 2900억원을 미상환했다.  이에 KEB하나은행 외에도 NH농협은행(300억원), KB국민은행 (200억원) 등이 피해를 봤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시 매출채권이 허위매출이었고 (문제가 발생한 뒤) KT는 자회사임에도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은행입장에선 이 대출은 KT를 보고 나간 것이었다”며 “(당시에) 무역보험공사 보증서를 보고 대출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KEB하나은행에선 KT ENS 협력업체에 대출해준 1600억원 중 약 500억원 규모 매출채권 담보대출(ABL)에 대해 지급보증을 한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돈을 갚으라고 통보했고 소송을 진행해 2016년 8월 2심에서 승소했다. 1심에서는 양 증권사에 지급보증 책임이 없고 책임이 은행에 있다고 봤지만 이를 2심에선 허위 매출채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이 보증기관에 있다고 봤다. 양 증권사는 이 판결에 승복하고 KEB하나은행에 539억원을 지급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KT ENS 사기 금액이 크다 보니 당시 논란이 됐다. 그리고 그 금액의 규모 때문에 지금도 KEB하나은행이 금융사고 금액이 가장 큰 은행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KT ENS 한 건의 문제로 금융사고 건수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금융사고 건수는 다른 은행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만큼 KEB하나은행이 금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KT ENS 대출 사기로 해마다 금융사고 금액이 가장 큰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이 내놓은 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의 지난 5년 간 금융사고는 12건이다. 우리은행(47건), KB국민은행(44건), 신한은행(20건), IBK기업은행(14건)과 비교해 금융사고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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