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및 형평성 문제 제기…국토부 “군산 등 구조조정으로 어려움 겪는 지역 중심으로 고려 中”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빚을 감당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약차주(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취약계층의 주거 여건 개선과 생활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원조달 문제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한계차주 주택 매입사업’(주택세일앤리스백, Sales & Leaseback)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매입사업의 근거 및 절차 등을 마련하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10일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주택담보대출 등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주택소유자의 단독주택, 아파트 등을 주택도시기금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뒤 주택을 매각한 사람에게 5년간 재임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소득자,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자 등은 매입대상주택에서 제외되며 최초 임대료는 주택매입가격의 50% 이내, 월 임대료는 시중 전세시세를 고려해서 결정된다. 

이로 인해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소유주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하우스푸어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추가로 높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주택소유주는 임대차 계약기간 이후 다시 원래 집을 매입할 수 있다. 재매입 금액은 감정평가금액 또는 가격 상승분의 20%를 할인한 금액 중 낮은 금액으로 재매각된다.

정부가 취약계층의 가계부채를 완화시키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 내수경기가 활기를 되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돼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직장인 홍아무개(35·여)씨는 “하우스푸어들이 놓인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구제를 해주면 부동산 투기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무리하게 받은 대출을 갚을 능력이 없어 집을 파는 것인데 임대차 계약 이후 하우스 푸어가 다시 원래 집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제도도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뉴스 댓글 등에서는 ‘개인집 사는데 쓴 빚을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주식도 내가 산 가격으로 되 사주라’, ‘빚내서 집 사지 않은 사람만 바보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며 “하우스푸어를 돕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집을 구입한 하우스푸어들도 있기 때문에 탕감 대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각부처 논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왜 이런 우려를 표명하는지 이해한다”며 “하우스 푸어 매입주택 사업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때는 공시가격 한도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사업이 진행될 지역으로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은 울산, 창원, 군산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거주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고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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