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기업과 유착 없애고 심사 공정성 위해 공개해야”…인사처 “법 바뀌기 전엔 공개 어려워”

사진은 지난 1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열린 제28회 공무원미술대전 시상식에 참석한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는 공직자윤리위의 공직자 재취업 승인율이 90%를 넘고 일부 기관의 불법 재취업도 있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재취업 심사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해 논란이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퇴직일부터 3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퇴직 전 5년간 머물렀던 부서, 기관 업무와 관련성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퇴직공직자와 업체 간 유착을 막기 위해서다.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공직자윤리위는 11명으로 민간 위원 7명, 정부 측 위원 4명으로 이뤄진다. 위원회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승인율이 90%를 넘어 심사 과정이 적절했는지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실제로 2014~2017년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제한심사를 받은 공무원 1465명 중 1340명(93.1%)가 ‘취업가능’ 결정을 받았다. 특히 공직자윤리위의 취업가능 결정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2014년 84%(212명 중 178명), 2015년 89%(347명 중 309명), 2016년 95%(470명 중 447명), 2017년 93.1%(436명 중 406명)로 취업가능 결정을 내렸다. 

 

2014년 12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취업제한기관을 확대하고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연장(2년→3년)하는 등 취업제한 제도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취업 가능 결정은 늘었다.

감사원의 경우 지난 10년간 5급 이상 퇴직자 가운데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결과 95.9%가 취업 승인 평가를 받았다. 2014년부터는 취업 심사에서 100% 승인 평가를 받았다.

최근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이 4급 이상 퇴직자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공정위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와 제재 대상인 16개 대기업을 압박해 고위 공직자 18명을 채용하도록 한 혐의다.

이에 공직자윤리위의 고위공직자 재취업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는 최근 인사혁신처에 2014~2018년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 금감원 출신 퇴직자에 대한 퇴직 후 취업심사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관련 자료는 퇴직공직자들이 제출한 취업제한 여부 확인 요청서와 취업승인심사 신청서, 취업심사 요청서에 대한 소속기관장의 검토의견서, 공직자윤리위가 심사 후 내린 결정의 사유서 또는 사유가 기록된 회의록 전체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지난 9월 11일 관련 정보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겼고 공직자윤리위원들의 소신 발언이 제약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신동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서 제외된다”며 “더욱이 정보공개 청구에서 개인의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해서 공개하도록 청구했었다. 인사혁신처가 개인정보 노출 사유로 비공개 처분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간사는 “정보공개법은 공개 시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일으킬 정보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종료되면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했다”며 “공직자윤리위원들의 자유로운 소통 환경을 만드는 것만큼 취업심사의 공정성 확보와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위원들의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 심사 결정 사유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우리는 관련 법령에 의거해 공직자 재취업 심사를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이 바뀌어야 취업승인심사 신청서, 소속기관의 검토의견서, 공직자윤리위의 회의록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동하 간사는 “공직자윤리법에서 공직자윤리위 회의 공개여부를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위임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설사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회의 비공개 규정을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이는 회의 비공개를 의미하는 것이지 회의록 비공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종료된 회의 발언이나 회의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회의 비공개를 통해 달성하려는 가치나 이익을 손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 자료와 구체적 사유가 기록된 회의록을 공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9월 관련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방지를 위해 퇴직공직자 재취업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으나 여전히 재취업 승인율이 높다. 공직자윤리위의 심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며 “공직자윤리위의 위촉직 위원 7명 중 4명은 국회 추천을 받아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 취업제한심사 결과 공개도 충실하게 해 심사 공정성을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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