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과금 시스템 도입 우선돼야

게임 과금 시스템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과도한 뽑기 시스템 등으로 인해 유저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제는 일명 ‘현질(현금을 주고 아이템이나 게임 화폐 등을 사는 것)’ 없이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플레이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과거 인터넷이 전국에 보급되기 전, 게임사의 수입은 대부분 패키지 판매였다. 게임회사가 게임을 개발하면 중간 유통회사가 박스 형태의 패키지로 출시해 유저들이 책정된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즉 일반적인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불법 복제가 판을 치게 된다. 패키지 판매로 돈을 벌던 게임사들은 불법 복제로 인해,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일부 게임사들은 도산하게 된다. 이후 한국은 PC 게임대신 불법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온라인게임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초창기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월정액이 대표적인 과금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월정액은 일정 금액을 매달 납부하는 방식이다. 국내 업체들은 월정액 요금으로 대부분 2만∼3만원 정도를 책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저들의 과금 부담은 크지 않았다. 월정액 요금만 내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속 캐릭터가 강해지기 위해선 단지 시간만이 필요했다.

그러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획기적인 과금 방식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바로 부분 유료화다. 부분 유료화는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고 일부 아이템에 과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부분 유료화 역시 초창기에는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월정액처럼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매달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자, 순식간에 유저들이 몰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결국 유료 아이템 구매가 필수로 요구됐다. 문제는 여기에 들이는 비용이 기존 월정액 비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월정액 게임의 경우,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모든 유저가 동등한 조건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반면 부분 유료화 방식에서는 많은 돈을 지불할수록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일부 유저들은 많은 돈을 들이면서까지 자신의 캐릭터가 강해지길 원했고 이에 과금을 하지 않는 유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모바일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재편되면서, 수많은 개발사들은 모바일게임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 과금에 있어서도 부분 유료화 방식을 대부분 채택했다. 온라인게임에 비해 가볍게 만들어지는 모바일게임에 월정액을 지불할 유저는 많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초창기에는 게임 자체를 판매하는 패키지 방식도 병행됐으나 현재는 대부분 게임사들이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부분 유료화의 폐해는 극에 달한다. VIP 시스템과 뽑기 시스템 등이 도입되면서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게 됐다. 특히 원하는 아이템을 뽑을 때까지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뽑기 시스템으로 인해 유저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과거 온라인게임에서도 뽑기 시스템은 존재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이벤트성에 그치기 마련이었다. 이를 통상적인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모바일게임이다. 뽑기 시스템 즉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이제 정치권에서도 눈여겨 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일부 국회의원은 과도한 뽑기 시스템을 막고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게임사들이 뽑기 시스템을 개선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 모바일게임 수익구조는 상위 1% 유저가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모바일게임 수익구조 자체를 바꿔야한다고 말한다. 지금과 같은 상위 1%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에서는 좋은 밸런스의 게임이 나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과도한 게임 과금 시스템을 이제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국산 게임들의 수준은 높아졌을까. 기자가 만나본 대다수 게임 전문가들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최적화된 양산 게임들이 우후죽순으로 출시되면서 오히려 참신한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당장의 수익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떠나간 유저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란 쉽지 않다. 게임 과금 역시 이제는 손을 볼 시점이다. 그동안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큰 이익을 거두는 동안 많은 유저들은 국산 게임에 실망하고 게임을 떠나게 됐다.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합리적인 과금 시스템 도입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산 게임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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