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직접교섭 불가’ 방침, 한국GM 창원공장 하청업체 직고용 이의제기…“노사정 교섭 관행은 경계해야”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농성을 해온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의 교섭 중재에 따라지난7일 농성을 해제하기로 했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등 완성차 업체들이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정규직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은 마무리 했지만, 비정규직 노조와의 입장 차는 아직까지 좁히지 못한 모양새다. 관련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 교섭 중재 뜻을 밝힘에 따라 그간 불거졌던 불법파견 문제를 봉합될지 주목되는 한편, 업계선 노사정 교섭의 관습화, 산업경쟁력 약화 등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는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현대·​기아차 노사는 그간 수차에 걸쳐 특별채용에 합의해 왔으나, 비정규직 지회가 참여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해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청이 직접고용 당사자인 비정규직과 양자간 직접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방침에서다. 

 

고용부는 회사에 직접고용이나 비정규직과의 직접교섭에 대한 지침은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자동차 업계선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현안을 놓고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노조도 고용부의 중재안 발표에 따라 18일간 이어온 점거농성을 이날 해제했다. 그간 고수해왔던 ​사측과의 직접교섭 자리 마련​이라는 요구가 해결된 까닭이다. 앞서 비정규직 노조는 원청 노사 합의로 도출된 현대차 3500명 특별채용‧기아차 1300명추가고용 방침을 두고 ‘불법파견 은폐 시도’라고 반발해왔다. 비정규직 지회는 파견 당사자인 비정규직을 배제한 원청 노사 간의 합의일 뿐만 아니라, 회사가 추가고용의 조건으로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 취하를 전제했다고 판단했다. 


14년간 불거진 불법파견 논란이 종식될지 주목되는 한편, 현대·기아차 측은 그간 ‘하청업체 직원과는 직접 교섭이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만큼 다자 교섭을 고수하고 있어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비정규직 노조 2자간 직접교섭 관련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며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다자간 협의를 통해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는 이미 기존 특별합의안에 따라 비정규직의 직영 고용을 이행하고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현대차는 6700명, 기아차 1087명을 고용했으며 향후 2021년까지 현대차 2800명, 2019년까지 기아차 1300명을 추가해 총 1만1887명을 고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GM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야 할 숙제로 안고 있다. 그러나 대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올해 고용부는 한국GM 창원공장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774명을 불법파견으로 판단,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부평공장 888명도 불법파견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한국GM은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대신 고용부 판결에 이의제기를 신청하며 법적 공방 길을 걷게 됐다. 

 

한국GM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최근 시정명령은 기존 관행과 사례에 비춰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노동부의 처분을 납득할 수 없으며, 역시 직접교섭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경영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회사 입장에선 77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거나 정규직화를 통해 인건비 지출이 이어지는 등 출혈을 감내할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정규직 노조 측과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현장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국GM 비정규직 지회는 지난 5월 부평공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간 한편 7월엔 사장실을 무단점거 했다. 

 

업계선 산업경쟁력 약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인건비 지출을 꺼리고 있으나 향후 업체들이 떠안을 파업 등, 영업 차질 리스크도 증폭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원청의 하청업체와의 ‘직접교섭 불가​ 원칙이 갈등을 키워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태욱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원청이 하청업체와 직접교섭할 법적 근거는 충분히 있으며, 정규직으로서 근로당사자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하다. 직접교섭할 ‘근거가 없다​는 원칙엔 반문해 봐야 할 지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하청업체와 직접교섭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 기준에도 많이 떨어지고 있어 의문을 제기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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