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어 4차 방북 직후 방중…북·중·러 3국회담 핵심 의제는 ‘대북제재 완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도쿄, 평양, 서울, 베이징 등을 잇따라 방문하는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와 북미협상을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8일 북·중·러 3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3자 회담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놓고 3국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을 끝냄과 동시에 북한과 미국 양국이 모두 외교전에 본격 돌입한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을 통해 ‘진전’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은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북·미 양국만이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과거 6자회담 참여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 논의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4개월 만이다. 과거 세 차례 방북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중국에 도착한 후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 뒤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무역과 안보 면에서 관계가 좋지 못해 동북아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미 대화 초기 종전선언에 참여하길 원했지만, 미국의 반대와 무역전쟁의 여파로 무산됐다. 이에 북핵을 주제로 한 미·중 간 협력은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중국 입장에선 완전히 비핵화가 된 후 종전선언을 하게 될 때 남·북·미 3자만의 조율이 아니라 한반도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중국도 개입돼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만 미국은 평화협정까지 무역 갈등의 이유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할 것”이라며 “종전선언에서의 중국 개입, 더 나아가 평화협정 후 주한미군 해체 등은 모두 G2국가인 미·중이 패권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고 본다. 어느 한쪽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은 전략적으로 국가 이익을 고려해 논의할 텐데, 이 때 우리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석에 끝까지 앉아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북·중·러 3자회담 통해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에 주력”

미국이 중국과의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의견 조율에 나선 사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머물며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북·러 양자회담,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 사무특별대표가 동참하는 북·중·러 3자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 부상은 이번 북·중·러 3자 회담을 위해 중국에 이어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 또 폼페이오 장관과 최 부상의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참석하는 북미회담에도 불참했다. 이에 최 부상은 중·러와 회담을 갖으며 미국과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핵 문제와 북미협상을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3자 회담의 핵심 의제는 대북제재 완화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과 각각 무역전쟁·대북제재로 정치·경제적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에 맞서려는 의도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 한반도 문제와 평화적·단계적 해결 방안을 담은 로드맵 구상을 함께 마련해 제시하면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또 중·러 양국은 올해 들어 남북·북미 대화와 함께 훈풍을 타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 진전에 따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시키거나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북한의 핵시설 일부 폐기와 핵·미사일 시험 중단에 대한 미국 측의 상응 행보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폼페이오 방북과 뒤이은 한국·중국·일본 등을 방문하는 데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 상당히 전향적인 얘기가 오간 것으로 보여지며 이를 주변국가들에게 설명하려는 것”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도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북한이 상당한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이 요구했던 미국의 상응조치도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국가적인 공감대를 위해 폼페이오가 주변국과 만나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중국은 미국과 무역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것이다. 또 중국은 종전선언 당사국으로서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에 돌입하는 과정에는 중국이 개입하길 원한다는 뜻을 내보일 것”이라며 “이러한 북미 대화가 진전된 결정적 계기는 평양정상회담이다. 우리 정부는 여기서 끝을 낼 게 아니라 북한 문제를 놓고 북미 간 의견, 주변국과의 외교적 문제 등을 정리해 나가면서 운전자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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