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청탁’ 인정에도 강압에 의한 뇌물로 석방 가능하다는 것 보여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구속된 신동빈 롯데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남에 따라, 비슷한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현재로선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5일 서울고법 형사8(부장판사 강승준)는 뇌물공여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청탁을 대가로 최순실씨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고, 이에 불응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신 회장에게 엄하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을 말미암아 법조계는 다가오는 이재용 부회장 3심에도 비슷한 논리에 의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재벌들의 출연을 사실상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최순실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건낸 용역대금 3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이재용으로서는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두 사람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뇌물 공여로 나아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이번 신동빈 회장의 경우와 비슷한 판결이다,

 

이번에 신 회장 측이 K스포츠재단에 내놓은 70억원이 뇌물로 인정된 것은 삼성 판결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롯데가 K스포츠재단 측에 70억원을 내놓은 것은 롯데가 별도로 추가로 내놓은 것이어서 뇌물로 인정된 것이라며 삼성이 재단에 낸 돈까지 뇌물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선 특히 신 회장 재판과 관련 묵시적 청탁이 인정됐음에도 석방이 이뤄진 것에 주목한다. 박근혜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당시 묵시적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었기에 향후 박 전 대통령 재판부의 판단이 신 회장과 이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이번 신 회장 2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했으나 강압에 의한 뇌물이라는 점을 들어 신 회장을 석방시켰다. 이 점을 비춰보면 대법원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 해도 반드시 실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원래 제3자 뇌물죄 관련해 묵시적 청탁이란 것이 인정 받기 힘든 것이라며 법원에서 묵시적 청탁을 계속 인정을 해줄지 자체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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