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서도 악순환…“추가 상승 대비책 마련해야”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공급계획으로 인한 수도권에 집중된 토지보상금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재투입된 과거 사례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올해 전국에 예정된 토지보상금 중 절반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거기다 3기에 신도시 등 공급계획에 따른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도 빠르면 내년부터 집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토지보상금으로 인한 수도권 내 유동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 집값 상승을 부추겨 정부의 공급대책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에도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주변 땅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온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주문이다.

 

수도권, 올해 토지보상금의 절반차지3기 신도시 조성 시 20~80조원 증가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16조원 이상이다. 이는 2012(17조원)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현금으로 지급되는 보상사업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88334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외에 부산·울산·경남권(454억원) 대전·세종·충청권(7744억원) 대구 경북권(7376억원) 광주 전라권(3120억원) 강원권(2063억원) 제주권 518억원 순으로 많다.

 

특히 수도권은 내년부터 토지보상금액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3기 신도시 지정 계획에서 후보지를 서울과 인접한 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들은 광명, 과천, 하남 등으로 최근 땅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예상 보상금액은 20조에서 최대 80조원으로 추정된다. 거기에 중소규모 공공택지까지 더하면 보상금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수도권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해 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집값 과열이 수요억제책으로 먹혀들지 않자 공급확대를 통한 수요분산 정책도 병행하겠다는 취지다. 신도시 4~5곳과 중소규모 공공택지 25~26곳을 조성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는 서울과 분당 등 1기 신도시 사이에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에 들어갈 20만가구 포함 총 30만가구를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이에 따른 토지보상은 내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토지보상금 재투자 시 취득세 면제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대비책 마련해야

 

문제는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이번 공급계획으로 풀린 보상금액도 부동산 시장으로 재투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의 경우 토지 보상금 29조원 가운데 37.8%가 부동산 거래에 쓰였으며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 중 8.9%가 수도권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다. 이후 이명박 정부시절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 시절 행복주택조성 때도 보상금으로 인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변 집값을 상승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도 토지보상금을 통해 인근 지역에 재투자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뛰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이번 정부에서도 신혼희망타운, 3기 신도시 등의 예정지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토지보상금액으로 재투자할 경우 취득세가 면제되는 점도 인근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토지수용법에 따라 공공사업으로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이 수용토지 반경 20km 이내에서 같은 종류의 토지를 구입하면 취득세 면제 등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를 내놓은 공급대책이 도리어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견해다.

 

권 교수는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고 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용당하는 사람들의 취득세 면제 혜택까지 없애기는 힘들다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추가 상승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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