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후 약 61억원 수뢰 부분 유죄 판결…취임 전 자금지원은 무죄 판단

/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등을 선고하면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다스 소송비 대납 형식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 취임 뒤인 2008년 4월 8일 이후 송금된 약 61억원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총 67억7401만7383원의 다스 미국소송비를 삼성그룹으로부터 대납받았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미국의 대형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아무개 변호사를 통해 삼성에 다스 소송비를 대납해달라고 요청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승인을 거쳐 돈이 전달됐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다.

이에 재판부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VIP 보고사항’ ‘PPP 기획(案)’ 등 청와대 문건에도 삼성의 자금 지원과 부합되는 내용이 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그룹에는 삼성 비자금 특검 관련 현안, 금산분리 완화 등 현안이 있었고, 이 전 대통령 임기 중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과 금산분리 완화 입법 등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2011년 11월까지 약 3년 동안 자문료를 가장해 미국 로펌으로 직접 달러를 송금하게 하는 은밀한 방법을 통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총 약 61억 원에 상당하는 뇌물을 수수하여 이를 자신이 실소유하는 다스의 미국소송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09년 12월 31일 단독 사면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의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현안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전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부탁을 하면서 자금 지원을 시작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하여 행사하여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대통령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한 것은 물론 공직 사회 전체의 인사와 직무집행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뽑는 행위를 저질러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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