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4조원 인도네시아 투자 재개 전망…지배구조 개편도 탄력 예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 8개여월 만에 석방되면서 ‘뉴롯데’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총수 구속으로 중단된 대규모 투자계획과 지배구조 개편 등 주요사업들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가 실제 지배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추가 지원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자유의 몸이 된 신 회장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은 올해 초 선포한 ‘뉴롯데’ 비전으로 향하고 있다. 신 회장은 구속 직전 사장단 회의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실형이 선고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황각규 부회장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룹은 총수 공백을 몸소 느껴야 했다.

신 회장의 경영 복귀가 마무리되면무엇보다 중단된 사업들이 가장 먼저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나가는 한편,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겠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 중 4조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신 회장의 첫 번째 복귀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로부터 공장 부지를 매입해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총수 부재로 첫 삽도 떠보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계열사의 중국 시장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동남아시장을 잡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굳건해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뤄왔던 인수합병(M&A)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올해 베트남 제과업체, 베트남·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등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총수 공백과 함께 올스톱 상태가 됐다.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재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명 ‘왕좌의 난’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드러났던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일본 롯데 측의 지분율도 낮추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 정리를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투명한 그룹 지배구조를 위해 쇼핑·제과·음료·푸드 등 4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롯데지주를 설립 했다. 올초에는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비상장 계열사 6개사도 흡수 합병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경영복귀로 대규모 투자와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 정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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