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북핵 문제에 공감대 형성…당사국 간 상황인식 공유 및 의견교환에 주력할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중 양국의 관계가 무역갈등으로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당일치기로 방북 후 8일 중국을 방문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중은 양국이 북핵 문제를 놓고 기본적 협력 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6일부터 도쿄, 평양, 서울, 베이징을 잇따라 방문해 회담을 진행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중국에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의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만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지는 아직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양국은 중미 관계 및 공통으로 관심을 둔 국제 및 지역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같은 날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으로 북한 문제를 비롯해 양국이 무역부터 안보까지 다양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자오퉁(趙通)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의지 호소, 미중 긴장 완화는 폼페이오 장관 방중의 최대 의제”라면서 “그는 중국 측에 평양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이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펴도록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중은 가장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국의 관계가 무역갈등으로 수교 이후 악화되면서 군사·안보 면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또 미·중은 앞서 남중국해에서 양국의 군함이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에 당초 양국 간 외교-안보 전략 대화를 위해 방중하기로 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방중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중국이 이달 개최하려던 미국과의 연례 외교안보대화를 취소할 정도로 미중 대립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양국은 북한 문제 논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장바오후이(張泊匯) 홍콩 링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소장은 SCMP를 통해 “미중 간 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며 “중국은 여전히 북핵 문제의 중심에 서있고, 북핵 문제는 미국에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수 있도록 중국이 대북 압력을 가하기로 원하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여러 분야에서 미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데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인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주체가 될 것으로 점쳐져 왔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북·미도 종전선언의 조건과 여부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한국, 중국 방문 때는 종전선언 계획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보다는 당사국 간의 상황인식 공유와 의견교환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그동안 북·미가 주장했던 비핵화 문제에 물꼬를 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물꼬를 트면 비핵화 속도는 상당히 빨라질 수 있고 이는 남·북·미 모두가 원하는 것이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북미 논의 결과를 이웃국가와 최종 점검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폼페이오 장관의 방중은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이 서로 신뢰를 회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방문한 후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 등을 확인하려고 할 것”이라며 “무역전쟁을 해소시키는 방향은 이와 차원이 다르지만, 미·​중 양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서로 신뢰를 회복한 후 무역전쟁과 관련해 재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 문제로 무역갈등을 해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이 이번 기회에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하면 비핵화 이행 속도는 생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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