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장난감, 드론으로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퍼포먼스 팀 ‘드론서커스’ 서정호 대표와 장호 영상·음악감독을 만났다.

사진 =이대원, 드론서커스 제공

평창 동계올림픽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화려한 드론쇼와 가수 김건모가 열광하는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잘 알려진 드론. 드론은 개인의 취미 활동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드론서커스의 서정호 대표와 장호 영상·음악감독에게 드론 퍼포먼스에 대해 물었다.

 

먼저 드론서커스가 어떤 팀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정호 드론 퍼포먼스를 하는 팀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드론 군집비행 공연이나 기업 광고, 정부 공공기관 행사, 드론

이벤트쇼 등 다양한 드론 퍼포먼스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저희가 처음 시작했고 지금도 유일무이한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해서 2017년에 드론서커스를 창단했습니다. 첫 공연은 비행을 잘하는 팀원 몇 명

이 모여 드론을 날리는 정도의 퍼포먼스였어요. 그 후 팀원을 새로 뽑아 재정비했죠. 폭스바겐사의 신차 발표회에서 드론 군

집비행 쇼를 진행했고, 세계적인 시계 회사인 해밀턴 100주년 기념 드론 군집비행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드론서커스에서 모든 것을 총괄하는 대표를 맡고 있고 장호 감독은 음악과 영상 분야를 담당합니다. 현재 드론서커스에는 30명 정도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K-QUEEN 콘테스트의 오프닝을 드론쇼로 멋지게 장식해주셨죠?

서정호 네, 무사히 공연을 마쳤고 관객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었죠. 일곱 번째 맞는 K-QUEEN 대회인 동시에 올해가 <우먼

센스> 창간 30주년이라고 하더군요. 오프닝 무대인 만큼 새로운 볼거리와 무게감, 웅장함을 주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드론이 잘 맞아떨어진 거죠. 30년 전과 현재를 연결해주고 다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콘셉트로 드론쇼를 연출했습니다.

장호 리허설 때 잠깐 기체에 이상이 있어 불안했는데 막상 본 공연이 시작되니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어요. 웅장한 음악 속에서도 드론이​ ​돋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했죠. 스펙터클한 영화 음악들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는데 다들 좋아해주셔서 기분 좋았습니다.

 

처음 어떻게 드론을 접하게 됐고, 또 드론 퍼포먼스라는 분야에 도전하게 됐나요?

서정호 작곡을 전공한 후 음악 관련 일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밴드 활동도 하고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면서 30대에는 음악 교육 관련 일과 공연 기획, 음반 제작 등의 일을 했어요. 30대 중반에 영상과 미디어를 접하면서 영상 제작에 사용되는 드론을 알게 됐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5년 전 당시만 해도 드론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죠. 처음에는 저도 취미로 드론을 조작하다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까지 가는 드론의 매력에 빠져 그때부터 드론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던 중에 군집비행을 하는 드론쇼를 알게 됐고 제가 원래 하던 일이 음악이니 드론과 음악을 접목하는 게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드론 퍼포먼스 팀을 만든 것이죠.

장호 서정호 대표님은 제 음악 스승님이에요. 만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제가 중3 때 음악을 하고 싶어 대표님을 찾아갔죠.

그것이 인연이돼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도 계속 인디 밴드 활동과 음악 작업을 하면서 드론쇼 공연이 있을 때마다 영상과 음악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드론 자격증이 없어요.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어서 드론 자격증을 딸 수 없고 운전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과 영상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

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어땠나요?

서정호 드론쇼를 할 수 있는 각 분야의 팀원을 찾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발품을 들여 전국 각지에서 드론과 관련된 사람들을 다 만나고 다녔습니다. 드론 기술을 더 많이 알기 위해 해외에도 다녔고요. 드론에 들어가는 기술이 굉장히 많아서 분야별로 필요한 분도 많습니다. 팀원을 모은 다음에는 비행을 직접 해봐야 하는데 그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행 장소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준비를 하느라 1년 정도를 보냈습니다. 지금은 많은 분을 알게 돼그때그때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한 인원이 쇼에 참여합니다.

 

드론쇼를 보면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지는데, 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서정호 먼저 기획 단계에서 공연 장소에 따라 가능한 전체 기체 수와 활용할 수 있는 공간 범위 등을 정합니다. 그 후 구체적인 설계에 들어가 함께할 팀원을 소집합니다. 공연 제작과 기획·총괄 연출을 하는 기획팀, 드론을 실제 운용·조종하는 드론 파일럿 및 컨트롤 운용을 맡는 비행팀, 드론쇼의 기체 개발과 프로그램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 영역을 맡아 진행하는 기술팀, 공연의 조명을 담당하는 라이트팀, 안전 기획과 안전 점검을 하는 안전팀, 쇼의 영상과 음악을 담당하는 미디어팀 등으로 나눠 쇼를 준비하고 만들어갑니다. 또 부족한 부분은 해외 기술팀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안전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군요?

서정호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레이싱 드론의 경우 빠른 건 시속 200km가 넘는 것이 있을 정도로 작지만 워낙 빠르기 때문에 안전을 강조할 수밖에 없어요. 드론을 잘 알면서 동시에 안전을 총괄하는 팀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쇼에서 많이 사용하는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뿌연 효과를 낼 경우 레이싱 드론은 거의 암전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상당히 위험해지죠. 사전 점검은 필수고 안전팀장이 항상 예의 주시하면서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자칫 관객들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안전에 대한 것까지 다 고려한 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드론쇼를 준비하는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서정호 규모가 큰 쇼는 두 달 전부터 작업합니다. 리허설만 2주일 정도 걸리죠. 공연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정말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폭스바겐 쇼의 경우 다행히 공연장에서 리허설을 할 수있었는데 새벽 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주 동안 매일 새벽마다 모든 팀원이 모여 진행했어요. 잠도 못 자고 새벽마다 달려와준 팀원들에게 정말 고마웠죠.

장호 특히 드론쇼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리허설을 하면서 기체가 비행하는 것에 따라 실시간으로 음악을 수정해야 합니다. 공연은 딱 한 번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실수 없이 끝내기 위해서는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요. 짧은 시간의 쇼를 위해 정말 많은 분이 긴 시간을 공들이는 작업입니다. 

 

드론쇼를 하면서 잊지 못할 순간도 많았을 거같습니다.

서정호 다니엘 헤니가 전속 모델인 시계 회사, 해밀턴의 100주년 공연 때였어요. 위에 구름 모양 장식이 달려 있었는데 드론의 센서가 오류를 일으켜 정말 0.1mm 정도 간발의 차로 벗어났어요.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었죠. 그때 다시 한 번 사전 리허설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폭스바겐 쇼를 진행할 때는 드론이 오류를 일으켜 한 팀원이 그걸 잡으려고 하다가 손을 살

짝 베인 적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저희는 항상 “무조건 기체는 버려라!”라고 말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연습하고 노력하고 모든 기술력을 동원한 걸 생각하면 기체를 버리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팀원과 관객들의 안전입니다. 공연을 준비할 때 팀원들과 함께 밤새워 리허설을 하면서 많이 친해집니다.

장호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좋은 비행을 보여드리고 싶어도 포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만의 전용 드론 서커스 공연장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투명한 안전 펜스를 제대로 갖춰 관객은 편안하게 볼 수있고, 저희는 좀 더 과감하고 다양한 퍼포먼스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수족관처럼 전체를 다​​볼 수 있어 극장 안이 마치 우주 공간인 것처럼, 가까이에서 드론들이 떠 있는 걸 본다면 정말 환상적일 거 같아요.

 

드론 퍼포먼스 팀 ‘드론서커스’는 우먼센스 align=

두 분 다 드론쇼에 푹 빠졌는데, 드론쇼의 가장 큰매력은 무엇인가요?

서정호 사실 저도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어요. 어릴 때 처음 불꽃놀이를 하면 그야말로 신세계잖아요. 드론쇼를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움직임이 나오고 여기에 음악과 영상이 더해지는 걸보면서 ‘이건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마 제가 음악과 영상 일을 했기 때문에더 그랬던 거 같아요. 예술적인 부분을 살려 작품성 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푹 빠지게된 겁니다.

장호 다른 쇼도 그렇고, K-QUEEN 콘테스트 오프닝 때도 그랬는데 드론쇼를 감상하는 분들의 표정을 보면 정말 경이로운 것을 보며 즐기는 표정이에요. 다들 그 순간을 남기고 싶어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바쁘죠. 쇼가 끝났을 때느끼는 희열과 성취감 때문에 드론쇼를 계속하는것 같습니다.

 

드론이 대세다 보니 드론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이 참 많죠?

장호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의 반응이 전혀 달랐어요. 저만 해도 대표님한테 왜 이걸 하려고 하느냐고 진지하게 물어봤을 정도니까요. 모든 산업 전반에 드론의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것같습니다. 대표님이 저에게도 항상 드론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서정호 몇 년 전만 해도 주변 친구들이 어른이 돼서 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2~3년 만에 판이 바뀌었죠. 저는 평소에도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도전 정신이 투철한 편입니다.(웃음) 드론이 미래에 유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겁니다.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이쪽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주변에 의해 이 일을 할지 말지 고민할 게아니라,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이 이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할 수있겠구나 싶으면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해보았을 때 실패를 해도 그 실패에 대한 데이터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드론서커스(DRONE CIRCUS)는… 2016년 국내 최초 드론 군집 퍼포먼스 공연팀 설립. 2017년 폭스바겐 신차 발표회 드론 군집비행 공연. 2018년 해밀턴 100주년 기념 드론 군집비행 공연,

서울문화사 30주년 기념 드론 군집비행 공연.

앞으로 하고 싶은 드론 퍼포먼스는 어떤 것인가요?​​

서정호 한 번으로 끝나는 기업성 이벤트나 광고 등도 좋지만, 앞으로는 드론쇼를 이용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드론서커스>라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맘마미아>나 <명성황후> <난타> 같은 작품처럼 드론으로 뮤지컬을 만드는 거죠. 사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류나 케이팝 같은 훌륭한 문화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고, 이런 문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것을 활용하자는 거죠. 드론서커스 팀과 뮤지컬, 비보이 팀 등이 함께할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해서 정기적으로 공연할 계획입니다.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고요.

장호 문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상과 음악의 역할이 굉장히 큽니다. 어느 날 대표님이 자신이 이런 계획을 세워놨다고 말하면서 고생할 준비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드렸죠. 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어요. 아직 드론 공연 쪽은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드론 관련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개발돼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젠가는 드론 뮤지컬을 위한 우리만의 공연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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