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규제에 대출수요 저축은행으로 이동…금리 상승기 대출 부실화 우려 커져

한 저축은행 창구에서 예금을 찾으러 온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풍선효과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상반기 순이익이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권 1위로 불리는 SBI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전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이미 뛰어넘었을 정도다. 시중은행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빠르게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금리 상승기에 취약계층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가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권 빅2로 불리는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6억원)보다 126.1% 늘었다. OK저축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438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154.7% 증가했다.

시중은행은 저축은행에 비해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크지 않았다. KB국민은행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1.9% 증가했고 신한은행이 15.2% 늘어났다. 두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시중은행보다 최대 10배 이상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SBI저축은행이 작년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889억원이다. 이에 SBI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한해 순익을 모두 달성했다. OK저축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779억원을 기록한 OK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순익의 절반 이상(56.2%)을 달성했다.

두 저축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대출 수요가 늘면서 이자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SBI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3018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1억원(15.3%) 증가했다. 가계대출금이 2조47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9%(3922억원) 늘었다. OK저축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3279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22.9% 늘었다. 가계대출금은 2조5632억원 전년 상반기보다 5.3%(130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금은 전년 상반기보다 8.3% 늘고 신한은행이 9.1% 증가했다. 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금 상승률도 일반 시중은행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 그래프=시사저널e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만 아니라 저축은행 업계 전체 수익은 올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은 5613억원이다. 전년 동기(4933억원)보다 13.8% 증가했다. 이자이익도 2조401억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14.6% 늘었다.

대출 자산이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연체율 관리에서는 두 저축은행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SBI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6월말과 12월 말에 각각 7.49%, 5.86%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들어 5.13%를 기록하며 연체율이 매반기 낮아졌다. 반면 OK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6.77%, 7.07%, 7.61% 등으로 상승 중이다.

금감원에서는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인해 저축은행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금융취약계층의 부담이 늘어나게 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저축은행마다 연체율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금융권 풍선효과가 더 커질 경우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에 밀려 대부업체 등으로 옮겨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최근 미국 연준과 국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저축은행의 불안요인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잠재부실 증가에 대비한 건전성을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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