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개선에 올해 수주 목표액 79% 달성, 외형 사수…공정위 직권조사·국감 증인 출석 등 외풍 거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중공업이 하반기 수주 낭보에도 대내외적 외풍에 웃지 못하게 됐다. 수년간 이어진 하도급 갑질 논란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 칼날을 겨눈 가운데 국정감사에까지 오르며 정치적 이슈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올해 수주 목표치에 다가가며 외형은 지키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사 갈등까지 빚어지며 안팎으로 갈등은 봉합하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사에 상습적인 ‘갑질’을 일삼았다는 혐의로 지난 1일 직권조사에 돌입했다. 이날 공정위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기업거래정책국 하도급개선과 직원 10여명을 보내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의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 등 각종 불공정 거래 정황에 대한 신고가 수 차례 접수되자 지방사무소가 아닌 본부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혐의로 올해 국감에도 오를 예정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을 국감 정무위 증인 명단에 올려, 지주사전환 문제, 하도급 문제 등을 집중 질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3년 연속 국감 출석하게 됐다. 지난 2016년 국감서도 사내하청사 임금체불 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노동계는 현대중공업의 협력사였던 동영코엘스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상황을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 꼽는다. 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는 “2015년부터 3년동안 이어진 단가 후려치기, 계약 불이행 등 불공정 거래 행위로 부도위기까지 몰렸다. 자사는 물론, 2차 업체까지 수개월째 대금 지급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어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이 부당하게 단가를 후려쳐도 매출 90%이상을 의존하는 협력사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을 비롯, 조선업계 전반에 걸친 하도급사 갑질 논란은 수 년간 제기돼왔다. 선시공 후계약, 불투명한 품셈 공개등 부당한 계약 조건이 업계 관행처럼 굳어져왔다는 주장이다. 한익길 조선3사 피해대책위원회 대표는 “선시공 후계약 불법 관행과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으로 100여개 업체가 폐업하고 도산했다​​면서 ​17개 업체가 공정위에 제소했으며 그 피해금액이 총 95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 28개 하도급업체에게 1000여건이 넘는 서면을 교부하지 않거나 지연 교부했다는 혐의로 2억원가량의 과징금을 처분했다. 


업계선 산업 특성상 하도급 구조를 청산하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짙다. 그러나 공정위가 조선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걷어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만큼, 현대중공업이 조선 빅3 중에서 ‘본보기​로 철저한 처분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대기업 갑질 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해 조선사의 불공정 하도급 관련 법률을 엄정히 집행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노동계를 중심으로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이 승계 작업에 집중돼 회사 경영 위기를 악화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 불황 등 대내외적 경영 위기에도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에만 몰두해 그룹 내  위기를 가중했다는 비판이다. 인력 구조조정과 협력사 불공정 계약 등을 통해 경영 위기를 전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종화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지주사 전환과정을 두고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과 자사주 전환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크게 증가시켰다. 기업구조 개편 전후에 조선·해양플랜트 사업 등 불황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 어느때보다 위기극복을 위한 회사 역량 집중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는데 그룹은 사업회사가 경영개선자금으로 쓸 수 있던 재무적 여력을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이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사업기회, 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을 누릴 수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현대중공업에 손해를 입힌 배임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시작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노사 갈등을 빚기 충분한 지점이다. 해양사업부는 지난 8월 20일 나스르 원유생산설비의 마지막 물량을 출항시킨 이후 일감이 끊긴 이후로 희망퇴직 및 조직 축소에 나섰다. 지난 8월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대표는 담화문을 내면서 일이 없는 만큼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부 노동자 2600명 중 122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업하기로 하고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 신청을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휴업 시 평균임금의 70%를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회사 경영 상태가 어려울 경우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아 이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대안 모색 없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이 도래한 지난 2015년 이후 4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노조는 지난 2년간 임금동결에 합의하며 경영정상화에 동참했지만 최근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사간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지난 5월 상견례로 20여차례 교섭을 이어온 올해 임단협 역시 표류 중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회복으로 외형은 지키고 있지만, 대내외적 논란은 봉합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 1일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KNOT사로부터 셔틀탱커 2척 수주에 성공하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목표 수주액 132억달러 중 79%를 달성하게 됐다. 

 

그룹 내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는 이번 수주계약을 포함해 3분기까지 129척, 104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13년 200척, 139억달러 수주실적 이후 5년만에 최대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억달러에 비해서도 60% 성장한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안팎으로 이슈가 많은 상황이지만 수주 산업 특성상 노사 리스크는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또 어느 정도 업계 체질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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