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해도 이자이익 수익 창출 매한가지…가계부채 증가 우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신한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으면서 국내 금융지주사 간의 보험계열사 인수합병 경쟁이 커진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이번에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KB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국내 금융지주 선두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고민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KB금융은 과거 현대증권, LIG손보를 인수하며 국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KB금융의 보험계열사인 KB생명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절반가량 크게 감소하며 생보사 수익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KB금융의 생보사 인수합병 이야기가 시장에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경쟁이 과연 국내 금융 발전과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생긴다.

이번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신한금융의 재무제표는 자산과 수익 증가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불황과 영업형태 변화를 보면 최근 생보사의 수익은 금융소비자의 부채를 더 키우는 구조로 가고 있다. 신한금융이 생보사를 인수해 규모를 키워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는다 해도 이는 금융소비자의 빚으로 맺은 결과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생보업계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신한금융의 예만 봐도 생보업계는 이미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시장으로 가고 있다. 신한생명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고 초회보험료는 무려 36.5%나 크게 줄었다. 이에 당기순이익이 7.5% 감소했다.

신한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위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급격한 부채 증가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려야 하는데 보장성보험이 쉽게 늘지 않아 수익이 저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생명업계의 상반기 보험영업손실은 11조3585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성 보험료가 감소(-4조3000억원)했고 해약이 증가하면서 지급보험금가 3조3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영업손실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조3123억원(13.1%) 확대됐다. 상반기 수입보험료도 52조78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3조2126억원(5.7%) 감소했다.

오렌지생명의 경영효율지표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8%를 기록 작년 말(8.1%)보다 다소 저하됐다. 신계약률은 6.17%를 기록했다. 작년말(12.87%)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생보사들이 택한 영업 전략은 ‘이자 장사’에 있다. 금융권에는 정부의 1금융권 가계대출 규제로 금융소비자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변화에 생보사들이 편승한 것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오렌지라이프의 상반기 가계대출채권은 2조146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595억원(8%) 증가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약관대출, 신용대출 등 1금융권보다 비싼 이자를 받는 대출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렇듯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의 수익 악화로 인수합병을 통한 영업력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업계 시장 변화상 기업의 수익 창출은 국민 부채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결국 한 금융지주사가 규모의 경쟁을 통해 업계 1위 타이틀을 얻어도 국가 부채 해소나 금융소비자 혜택과는 크게 무관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사의 ‘사상최대 실적’ 잔치가 빚잔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규모의 경쟁이 과연 국가 금융 발전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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