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중재자 역할로 북미회담 재개…美, 북한 측 조치에 화답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73차 유엔총회서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북미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북미 협상은 종전선언과 핵 신고 등 이견으로 그간 교착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다”며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종전선언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대체로 형성됐다고도 말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조치 단계에서 종전선언이 병행돼야 북미도 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비핵화 프로세스도 동력을 받는다는 설득이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이번 외교 행보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로 북미 정상의 비공개 메시지를 교환하면서, 이른바 ‘톱 다운(top-down)’ 방식의 판이 다시 펼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비교적 잘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태도는 아쉽다. 미국은 평양공동성명에 나와 있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폐기를 조건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 측의 요구 조건인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미국에게 전달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로드맵도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다. 백악관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설 영구 폐기와 검증 등 의미 있는 조치를 내놓은 만큼 이제는 미국도 화답할 때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비핵화’라는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미국이 비핵화를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2년여 시간을 염두에 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완료 시점까지 북한과 주고받을 조치들의 단계적 시간표를 정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미는 지난 싱가포르 회담보다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싱가포르 회담은 양 정상이 만나는 데 방점을 뒀고, 양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회담에선 양국의 보다 실질적인 조치와 이행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 분위기가 다시 한 번 조성됐다. 어렵게 끌어온 대화의 장인만큼, 이를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 평화를 위한 미국의 보다 전향적인 조치와 더불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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