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친밀 관계 강조…“폼페이오 방북 후 일부 대북제제 완화도 가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중 양국이 각각 2000억, 60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맞불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과거 갈등 관계에 있던 국가들처럼 미국을 상대로 여행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이른바 ‘한미령(限美令)’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10월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국경절 황금연휴다. 지난달 22~24일 추석 연휴 사흘을 포함하고 국경절 연휴 시작 때까지 휴가를 쓸 경우 최장 16일을 쉬게 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최근 항공권 예약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 통계를 인용해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권 예약건수가 지난해보다 42% 급감했다”며 “올해 1~3분기 중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권 예약건수 역시 16.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올해 예매율이 급감한 데는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스스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7월, 주미 중국 대사관이 미국을 여행하는 중국인에게 치안에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낸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숫자와 소비금액 측면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관광시장에서 가장 비중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 관광객은 1억3000만명이었고, 그 중 300만명 이상이 미국을 찾았다.


미국을 찾는 유커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규모 단체임에도 이들의 소비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광객들이 미국에서 소비한 금액은 총 348억 달러였다.

SCMP는 미국여행협회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여행객은 소매점에서부터 음식점,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미국의 많은 업체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사를 고용하는 등 유커로 인한 부수적 경제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보복·반격카드 중 하나가 관광객 규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관광객을 통제할 수 있다. 해외여행허용국지위(ADS) 정책과 해외여행 허가업체 제도가 있어서다. 당국이 허용한 국가만을 대상으로 선정한 관광업체만이 단체관광을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해외여행객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은 2012년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당시 일본,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대만, 지난해 사드 배치 확정 후 한국 등을 대상으로 관광객을 무기로 삼아 보복을 해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양국이 구조적인 함정에 빠져 있다. 관광산업이 서비스 분야인 만큼 향후 서비스 시장에서의 견제도 불가피하다. 중국에선 미국 관광 제한 등 조치를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 인적 교류를 제한하려고 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서비스 분야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고 관광 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처럼 크지 않기 때문에, 과거 한한령이나 사드 문제만큼 결정적인 피해를 입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김정은 위원장, 中 국경절 맞아 시진핑 주석에게 ‘축전’ 보내

이러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중국 국경절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주목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69돌에 중국 공산당과 정부, 인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냈다”고 전하며 축전에는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이에서 강화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 부동한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나는 시진핑 동지와의 세 차례 상봉으로 맺어진 인연과 정을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신과 손잡고 두 나라 노세대 영도자들께서 물려주신 고귀한 유산인 조중 친선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더욱 승화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 주석도 지난달 9일 북한 정권 수립(건국) 7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중 양국이 친밀 외교를 펼치는 것이 대북제재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병민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은 북한과 함께 미국을 제어하는 조치를 취하려고 하겠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힘을 빌려 대북제재 해제를 취하려고 할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취하려는 의지는 보였지만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오랜 기간 유지하지도 않을 것이고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인접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도 함께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여기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해 실질적인 협상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빅딜이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빅딜에서 북한이 만약 비핵화 선제적 조치, 핵 리스트 등을 취한다는 의지들을 보여준다면 종전선언과 더불어 대북제재 일부 완화 조치 논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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