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수령자는 소득세 부과, 중견·중소사 여파 예상…삼진, 조사4국서 4월 중순까지 감사 받아 유력 추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감사원의 5개 제약사 세무조사 결과 재검토로 인해 제약사들은 향후 접대비에 증빙자료를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 의·약사 등 리베이트 수령자에게는 소득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이처럼 변경된 지침이 어느 제약사에 처음 적용될 지도 관심사다. 

 

감사원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종결한 제약사에 대한 법인통합조사 4건 결과를 점검해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국세청의 병원 대표자에 대한 개인통합조사에서 모 제약사가 거래금액의 25~40%를 할인해 총 2억3200만원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이 서울국세청에 요청한 내용 등 이번 감사 결과를 쉽게 풀어보면, 우선 세무조사 시 접대비 기준을 명확하고 까다롭게 들여다 보겠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과거에는 접대비 한도 내에서는 대부분 접대비로 인정해 왔지만, 향후에는 증빙자료를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제약사의 경우 증빙자료가 없으면 접대비를 불법 리베이트로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감사원은 숨기지 않았다. 

 

실제 감사원은 이번에 A제약사가 식대 등 접대성 경비 101억1900만원을 복리후생비 등에 분산 계상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A사는 제품설명회를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약사법을 위반한 접대비라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또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의사나 약사에게는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감사원 구상이다. 서울국세청도 소득처분을 달리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같은 감사원 요청은 서울국세청으로선 거부할 수 없는 사안으로 풀이된다. 이미 감사원이 정밀감사를 통해 법적 근거와 자료를 토대로 요청한 상황에서 세무행정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제약업계는 당장 모든 접대비에 있어 증빙자료를 첨부하고 리베이트 제공을 근절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리베이트를 수령한 의사나 약사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상황에 도달하면, 해당 제약사 품목 처방이나 판매에 소극적 행태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리베이트로 판단하는 범주가 넓어진 것도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밀감사에서 감사원은 상품권과 의료장비 무상 또는 저가 임대비용 모두를 약사법이 금지하는 리베이트 성격의 이익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의·약사에게 리베이트 성격 이익을 제공한 제약사에 대한 행정처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혀 향후 서울국세청 등 세무당국이 직접 식약처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과거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리베이트로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에 있어 검찰 수사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것이 관례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행정처분은 통상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경찰 등 사정당국으로부터 의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변화된 세무행정으로 인해 중견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들이 강력한 영업 툴을 활용하는 폭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상위권 제약사들보다 활발하게 영업해왔던 이들 제약사가 몸을 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번 감사원의 정밀감사 결과로 인한 세무행정 변화가 제약업계에서는 당장 어느 제약사부터 적용될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웅제약 등 6개 제약사가 세무조사를 받았거나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올 하반기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삼진제약과 대웅제약이다. 특히 삼진제약은 서울청 조사4국으로부터 지난 7월 24일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한 달 이내로 세무조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감사원으로부터 직접 감사를 받은 당국은 서울청 조사2국과 조사4국이다. 이에 현실적으로 이 2개 국이 감사원 요청과 지침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 서울청 감사를 진행했으며, 8월 하순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감사 종료 직후인 4월 중순 감사원이 주요 지적사항에 대한 의견을 서울국세청과 교환했기 때문에, 변경된 세무조사 지침이 제약업계에서 적용된 첫 사례는 삼진제약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추론에 무게가 실린다.

 

참고로 대웅제약은 본사의 관할청인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지난 9월 11일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상위권 제약사도 마찬가지지만 중소제약사는 세무조사에 따른 여파가 큰 편”이라며 “전반적 영업 불황기에 업계가 세무당국 등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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