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증여 10년간 5000만원 공제 , 추징 실익 없어…“편법 부의 세습 엄정 대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직장인 A(35)씨는 대학생 때부터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아래 해외 어학연수와 해외여행을 매년 다녔다. 현지에서 고가의 상품을 구입할 때는 모두 부모님 카드를 사용했다. A씨가 지난 10년 넘게 해외여행을 통해 부모님께 지원받은 금액만 1억원이 넘는다. 직장생활 8년 차인 A씨는 여전히 ‘엄카’(엄마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고액 자산가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검증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대자산가들의 편법증여 적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형태의 증여세 탈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상품 결제를 시도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세법은 이 같은 행위도 납세의무의 성립으로 본다.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재산을 이전을 증여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A가 부모로부터 받은 금전적 지원은 증여세를 추징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세무행정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A가 국내나 해외에서 수년간 사용한 카드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국세청이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실제 추징에 들어간다고 해도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추징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

B 회계사는 “소득이 없는 자녀가 부모카드로 수억원의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이 아니면 조사하기도 어렵고 실익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상속·증여세법은 자녀 증여의 경우 10년간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 입장에서도 빈대 하나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10년간 엄카를 사용하면서 5300만원을 썼다면 300만원의 10%의 세율을 적용받는데 여기에 각종 세액공제까지 적용하면 납부되는 세금은 거의 없다.

국세청이 고액자산가들의 증여세 탈루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세청이 지난 5월 편법증여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발표 역시 발표에서도 대기업과 대자산가들의 경영권 편법 승계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사익편취 등 꼼수증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현금으로 자녀의 주택을 구입해준다든지 현금출납기에서 현금을 뽑아 자녀에게 수천만원의 용돈을 주는 탈세행위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세청도 증여 사각지대에 대한 감시를 더욱 촘촘히 할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 없는 부의 세습 등에는 세무조사·검증 등으로 엄정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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