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이후 국회회담 번번이 좌절…“시너지 효과” vs “정치쇼” 엇갈리는 여론

최초의 남북국회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지난 27일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남북국회회담에 대해 ‘원칙적 동의’ 입장을 밝혀오면서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남북국회회담 실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본격 추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국회회담이 성사될 경우 주 의제가 무엇이 될지 주목된다. 또한 의제설정 문제로 남북국회회담이 재차 좌절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삼지연 연못가를 단둘이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의제설정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던 남북국회회담

남북국회회담의 출발점은 지난 1985년 4월 9일 양협섭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 명의로 ‘남북불가침선언’ 채택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 제의부터다.

북측 제의에 따라 1‧2차 예비접촉은 이뤄졌지만 남북은 각각 통일헌법제정‧국회의원 친선 및 교류와 남북불가침선언 등의 회담 의제를 주장했고, 끝내 합의를 보지 못하고 회담은 좌절됐다. 남한측은 북한측이 의제로 요구한 불가침선언 등의 내용은 정부당국의 소관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1988년에도 남북국회회담을 위한 접촉은 있었지만, 의제가 발목을 잡았다. 남측은 남북간의 다각적인 교류협력문제, 남북불가침선언 문제,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 등을 요구했던 반면, 북측은 팀스피리트 한미 합동 군사연습 중지문제, 불가침에 관한 공동선언 발표문제, 남북협력과 교류문제 등이 의제로 주장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남북국회회담이 제안됐지만 진전되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정당대표로 방북했던 의원단의 남북국회회담 제의에 대해 북측은 “남북 당사자간 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국회회담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산되기도 했다.

남북국회회담의 일련의 과정에 비춰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담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남북대화가 막혀있었을 때에는 정상회담까지 가기 위한 마중물로써 국회회담이 필요했을 것이다. 북측이 요구했던 회담 의제를 보더라도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상‧실무자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국회회담에서 할 이야기도 별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익 없는 국회회담이 큰 진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국회회담이 상징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 야당의 분위기로 봐서는 오히려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국회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남북교류가 중심이 될 것이다. 국회회담이라는 것은 결국 향후 진행될 남북교류에 앞선 ‘신뢰구축’ 작업”이라며 “행정부는 행정부대로 입법부는 입법부대로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외교라는 것이 당사국들 간의 협상도 있지만, 국제사회에 비춰지는 모습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차원에서 북측도 지난 국회회담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정반대의 여론…한국당 “北비핵화 실질적 진전 전제돼야”

남북국회회담에 대해 여론은 의제를 둘러싼 논란이 반영된 듯 정반대로 갈리는 분위기다. 입법부 차원의 회담은 현재의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국회가 회담을 통해 실질적‧구체적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지 ‘정치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남북국회회담을 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국회회담을 환영하면서 윤호중 사무총장이 28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사무총장을 예방해 여야 5당의 공동 방북을 제안하는 등 본격적인 국회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바른미래당도 남북국회회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최고인민회의와의 남북국회회담에 우리 당도 함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국회와 함께한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척이 전제됐을 때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판문점선언과 남북정상회담, 미북회담에도 북한 비핵화는 구체적 성과가 없다”면서 “남북국회회담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 되고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여건에 따라 여야간 충분한 협의 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남북정상회담 백두산 기념사진이 걸린 서울도서관 앞에서 제68주년 서울수복 미디어아트·사진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